홍혜빈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연구원
❶ 개요
에너지전환이 가속화되고 새로운 에너지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발전-전력망-고객-경영의 전력산업 전 분야에서 디지털변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디지털변환은 사업의 모든 영역에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사업 환경을 구축하는 것을 지칭한다. 해외 선도 유틸리티는 전력수요 증가 둔화, 분산형 전원 확대, 그리드 노후화, 고객 요구 변화 등의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디지털변환을 추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클라우드 등 디지털 기술은 유틸리티가 내부 운영 개선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신사업 창출 기회를 확대 해 수익성을 제고할 기회를 제공한다.
❷ 이탈리아 ENEL
가. 디지털변환 추진전략
ENEL은 2016년부터 전사 차원의 디지털변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ENEL의 디지털전략은 클라우드, 플랫폼, 사이버보안의 3개 기술(Enabler)을 이용해 자산, 고객, 직원의 3개 분야(line)를 디지털화하는데 집중하는 것이다. ENEL은 디지털변환에 2016년~2019년 총 45억 유로를 투자했고 15억 유로의 성과를 창출했다.
나. 분야별 추진성과
ENEL은 발전 및 전력망 자산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활용하고 있다. 2018년 Civitavecchia 화력 발전소에 그룹 최초의 예측 센터를 설립하는 한편, 태양광 설비 검사에 드론과 로봇을 적용해 검사 시간을 200일에서 13일로 단축했다. 배전망에도 인공지능, IoT, 드론을 적용해 운영비용을 절감했다. 대표적으로 전력망 설비의 예측정비·운영 디지털화를 위한 DigI&NItaly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2017년에는 전력망 관리용 드론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인식하는 챗봇 ‘Eddie’를 출시했다. 2018년부터 25개 변전소에 IoT센서를 설치해 전력망의 운영 성과평가 및 잠재적 위험 감지에 활용했다. 2019년에는 전체 고객의 13%에 해당하는 1,310만 호에 2세대 스마트미터를 설치했다.
자산 디지털화와 함께 ENEL은 고객 서비스의 디지털화로 비용을 절감하고 신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Bolletta, One-Billing 프로젝트를 통해 전자고지를 확대하는 등의 판매 부문의 디지털화로 2019년 고객당 비용은 30% 감소했으며 고객 이탈률은 2.2% 감소했다. 자회사 ENELX를 통해서는 사물인터넷 기반의 신사업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지능형 전기차 충전 및 분산저장장치 관리 플랫폼 ‘JuiceNet’에서는 전력망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단뱡향 및 양방향(V2G)의 전력 흐름을 조정할 수 있다. ‘수요반응(DR)’플랫폼은 수요자원 및 발전 자원(VPP)을 통합적으로 운영하는데 활용하고 있다.
ENEL은 내부 경영 측면에서는 직원들이 일하는 방식과 업무 프로세스를 디지털화해 직원의 디지털 역량을 개선하고 직원들이 신규 서비스 및 제품에 참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e-AP 디지털 생태계’를 구축해 발전 데이터, 고객 데이터, 직원 데이터 등을 다양한 국가의 모든 직원이 공유할 수 있도록 공통 플랫폼으로 이용하고 있다. 직원의 디지털 역량을 함양하기 위한 교육을 확대함에 따라 2019년 46% 의 직원이 ‘Digital Work’코스 등 디지털 교육을 수강했다.
다. 추진 체계
ENEL은 내부적으로 ‘글로벌 디지털 솔루션’ 사업 부문에서 그룹 차원의 디지털 전략을 결정하고 각 부문에 ‘디지털 허브’를 구축해 사업부서와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다. 판매 부문에는 2019년 다양한 국가에서 운영하는 IT 플랫폼을 통합해 ‘글로벌 고객 디지털 허브’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업무의 일관성을 확보하고 IT 운영을 집중화(centralized sourcing)해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서비스의 시장 출시 시간을 단축했다. 신사업 부문에는 ‘ENEL X 디지털허브’를 구축하고 ‘Digital Factory’를 운영하면서 신규 서비스의 디자인, 개발, 도입 단계별로 적합한 디지털 솔루션을 적용 하고 있다. 또한 200명의 사내 전문가로 이루어진 ‘혁신 커뮤니티’를 운영하며 드론, 증강현실, 인공지능 등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다.
ENEL은 개방형 혁신(Open innovability) 모델을 운영 하면서 외부 기업과의 혁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2019년 기준 글로벌 IT 기업인 Cisco, C3, Amazon 등을 포함한 83개 파트너가 참여하는 10개의 혁신 허브와 5개의 혁신 랩을 운영 중이다. 동시에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확대하기 위해 사업부서와 스타트업이 직접 소통할 수 있는 25개의 협력체를 운영하고 있으며 2,500개 스타트업과 계약을 체결했다. 또한 온라인 클라우드소싱 플랫폼 ‘openinnovaility.com’에는 2018년 1만 7,500명이 참여해 600건의 제안서를 공유했다.
라. 향후 계획
2019년까지 ENEL은 클라우드를 비롯한 그룹 내의 디지털 기반을 구축하는데 집중했다. 2020년부터는 각 분야의 플랫폼화를 추진하고 있다. 발전 및 전력망은 자산운영 플랫폼을 구축해 운영·유지보수·자원배분 표준화, 발전자산의 데이터베이스 구축, 전력망 디지털 트윈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판매 분야에서는 지원업무(Back-end) 및 제품개발(Front-end) 시스템을 표준화한 글로벌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신사업은 자회사 ENEL X에서 혁신적인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새로운 신시장 기회를 탐색할 계획이다.
❸ 스페인 Iberdrola
가. 사업전략 변화
스페인의 수직통합 전력회사인 Iberdrola는 에너지전환과 디지털 변환을 추진하면서 과거와는 차별화된 성장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Iberdrola는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석탄발전을 퇴출하고 신재생 발전, 송·배전, 에너지 서비스 사업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사업영역 전반에 걸친 디지털변환으로 내부 운영비용을 절감하고 신재생 발전 확대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었다. Iberdrola는 디지털변환에 2017년까 지 59억유로를 투자했고 2018∼2022년 48억 유로를 디지털에 투자, 디지털 기술혁신 및 에너지 서비스 제공을 위한 미터링 보급을 추진할 예정이다.
나. 디지털변환 추진전략
Iberdrola는 전사 디지털화를 위한 전담조직을 구성해 사업 단위 프로세스 효율화를 추진하고 전사 핵심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직원의 디지털 교육 전담부서를 신설하고 사이버보안, 모델링, 데이터 분석 등 실무역량 강화를 위해 나노학위(nanodegree)2)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나아가 국내외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해 사내 벤처캐피탈을 운영 중이다. 2013년부터 7,000만 유로 규모의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Perseo’을 통해 분산자원 관리시스템, 전력망 유지 보수 등 기술혁신에 관련된 20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다. 부문별 추진성과
Iberdrola는 지난 10년 동안 주로 발전 부문 중심의 디지털화를 추진했다. 신재생 발전의 빠른 성장을 위한 최우선 전략으로 디지털화를 확대했다. 현재는 신재생뿐만 아니라 석탄을 제외한 전통발전 자산에도 예측 유지보수 기술을 100% 적용했다.
최근 Iberdrola는 신재생 확대에 대비한 전력망 중심의 디지털화를 추진하고 있다. ‘Utility of Future’전략을 통해 2016~2022년 전력망에 155억 유로를 투자해 2018~2022년 동안 7억 유로의 망 운영·유지비를 절감하고 2022년까지 2억 유로 EBITDA를 창출할 계획이다. 동시에 전력품질을 30% 향상하기 위해서 스마트미터 보급, 배전망 디지털화 등 전력망 현대화에 2020~2025년 29억 8000만 유로를 투자할 예정이다.
라. 향후 계획
Iberdrola는 2017년 이후 판매 부문의 디지털화를 확대하면서 디지털 기술의 상업화나 에너지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먼저 상업 및 산업 고객과의 PPA를 통해 신재생 전력을 판매,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일례로 2020년 Iberdrola는 태양광 발전단지에서 생산되는 100MW 전력을 석유화학회사 SABIC이 운영하는 스페인 공장에 25년간 공급하는 기업 PPA를 체결하였다. 또한 Iberdrola는 상업 및 산업용 고객을 대상으로 급전지시에 따라 고객 스스로 전력 소비를 제어하는 수요반응(DR)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주택용 고객을 대상으로는 에너지관리 서비스, 스마트홈 상품(온도조절기, 스마트 플러그), AI 기반의 고객 맞춤형 요금제 추천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은 전기소비를 15%를 감축하고 전기요금을 40~45%까지 절감할 수 있다.
❹ 일본 동경전력
가. 사업전략 변화
동경전력은 2016년부터 수익성 제고 및 신규 서비스 창출을 위해 디지털 변환을 추진하고 있다. 판매 자유화 등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디지털변환 기술을 활용한 자동·최적화, 무인·원격화를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을 발전소 운전 효율화 및 송전선로 감시, 판매 전력 조달 최적화, 판매전략 수립, 수익성 분석 등에 활용 하고 있다. 또한 인구감소, 탈탄소화, 시장화 등에 따른 에너지 분야 수익 감소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에너지 분야와의 융합을 통한 신규 서비스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전력 데이터를 활용하여 지역·고령자 돌보미, 생활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나. 디지털변환 추진전략
동경전력은 내부적으로 디지털변환 전담 조직을 신설해 기존 사업의 근본적 변혁 및 신규 사업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다. JERA는 2050년 탄소 배출 실질 제로 추진전략으로 디지털발전소를 구상하고 2020년 10월 DPP(Digital Power Plant) 추진실을 신설했다. 동경전력PG는 2016년 8월 업무개혁, 디지털변환 추진, IT시스템 개발을 전담하는 기술·업무개혁 추진실을 신설했다. 동경전력EP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판매전략 수립, 상품개발, 업무 자동화를 전담하는 DX 추진실을 신설했다. 나아가 디지털변환을 촉진하기 위해 2018년 기업 연구소(TEPSYS Labo)를 설립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정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또한 인력양성을 위해 2016년부터 디지털 인재 양성 프로그램(Data Scientist Program, DSP)을 운영하고 있다.
동경전력은 기술 실증 및 사업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서 외부의 에너지·IT 스타트업과 제휴도 강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동경전력PG는 2020년 인공지능 이미지 해석 벤처기업인 Automagi와 제휴해 변전설비 누유, 이상음, 철탑부식 진단 등 설비 유지보수를 디지털화했다. 또한 동경전력은 ‘B to B to C’사업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이 사업모델은 전력회사와 IT기업이 설립한 출자회사(B)가 소비자의 전력 데이터를 수집·분석·가공한 후 이를 다른 서비스사업자(B)에게 제공하며 서비스사업자는 소비자(C)에게 데이터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동경전력은 2018년 IT기업 인포메티스와 공동 출자해 에너지게이트웨이를 설립했고 전력센서 및 인공지능 기반의 기기분리(Auto labeling)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관리, 보안, 기기진단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 부문별 추진성과
동경전력은 화력발전의 탄소 배출을 최소화하기 위해 인공지능, 사물인터넷을 활용한 운전·예방정비·성능관리 최적화를 추진하고 있다. JERA 히타치나카 석탄화력을 대상으로 실증사업을 수행했다. 또한 1.3GW 석탄발전에 40년간 적용 시 효율 향상으로 300억 엔, 유지보수 최적화로 250억 엔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결과를 도출했다. 동경전력PG(송배전)는 변전설비의 이상 진단 실증사업을 통해 순찰 인력의 50% 절감 효과를 확인하고 1,300여 개 변전소에 인공지능을 적용할 예정이다. 동경전력EP(판매)는 신규·해지 고객 증가, 자사 및 경쟁사 요금제 다양화 등으 로 인해 확장된 판매관리 시스템을 일부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 RPA)했다. 또한 AMI를 활용한 독거노인 안심 돌봄이, IoT 기반 어린이 돌봄이, 편의점 공중 전원 등 고객 이탈 방지를 위한 생활 밀착형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라. 향후 계획
동경전력은 향후 경쟁시장에서의 우위 선점을 목표로 전력 산업 전 분야에 디지털 기술 도입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디지털 기술의 새로운 응용 분야 발굴을 위해 사내외 아이디어 공모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과감한 기술·업무혁신으로 경영 효율화를 단행할 예정이다. 일본은 현재 소비자 전력 데이터의 취득·공개·공유와 관련된 법·제도 개정 등이 논의 중이며 결과에 따라 디지털 기술 적용 범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❺ 중국 State Grid
가. 디지털변환 전략
중국 최대 국영 유틸리티인 State Grid는 2019년 3월 ‘유비 쿼터스 전력 IoT 계획’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으로 디지털변환에 돌입했다. 이 계획은 2024년까지 내부 운영의 100%, 외부 서비스의 90%를 디지털화해 운영비용을 감축하는 동시에 새로운 데이터 기반 사업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State Grid는 디지털변환을 통해 국영기업을 IoT 선도 기업으로 육성하려는 중국 정부의 ‘Internet Plus’정책에 부응하고 전력 판매 가격 하락과 시장 자유화로 인한 수익 감소에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tate Grid는 디지털변환을 위해서 자체 기술 역량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2019년 3월 계획 발표 이후 5월 빅데이터 센터를 개소했고 8월 디지털 기술 자회사(로봇 2개사, 블록체인 1개사)를 설립했다. 10월에는 혁신센터를 설립해 10개 파트너 기업에 투자했다.
나. 부문별 추진성과 및 계획
State Grid는 보유하고 있는 전력 데이터, 인프라, 고객을 기반으로 다양한 신사업을 추진 중이다. 발전 부문에서는 2018년 K2Date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통해 신재생 발전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841MW의 신재생 자산을 분석하고 유지보수 비용을 20% 감축했으며 전력 생산은 1∼5% 증대했다. 판매 부문에서는 기존 전력 고객을 대상으로 전기차 충전, 에너지관리, 분산자원 등 다양한 수요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기차 충전 애플리케이션에 시각화 및 분석 기술을 적용하고 있으며 차량 공유 업체와 연계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에너지관리 플랫폼을 5개 성의 상업빌딩 및 상업지구, 4개 도시의 주택에 적용하고 있으며 매년 125%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나아가 가상발전소 및 수요반응 등 분산 자원 운영에 관한 11개의 파일럿 프로젝 트를 2020년 운영, 향후 사업화할 예정이다.
State Grid는 신사업 범위를 전력산업에 국한하지 않고 비전력 산업으로 확대했다. 스마트 물류 플랫폼을 출시해 도심 지역에서의 차량 경로 최적화, 차량충전 안내, 물류 수취 일정 조율 등을 제공한다. 전기 장비 플랫폼에서는 장비 제조사가 기기운영, 품질관리, AS 서비스를 쉽게 디지털화할 수 있다. 나아가 신사업 간의 연계를 강화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전자상거래, 데이터 판매, 인프라 기반 서비스 등 융합 서비스도 개발하고 있다. 전자상거래 플랫폼에서는 가전, 스마트홈 기기, 조명, 충전기 등을 판매하면서 고객과 제품 제조사를 연결하고 관련 금융 지원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데이터 플랫폼은 50종의 유틸리티 내부 데이터와 외부 데이터를 통합·분석하여 향후 은행, 정부 기업에 데이터 서비스를 판매할 예정이다. 또한 State Grid는 변전 소 인프라를 데이터센터, 5G 기지국 등으로 활용할 계획도 갖고 있다.
State Grid는 지역 배전망 운영을 담당하는 27개 배전망 자회사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 자회사에서는 전력망 현대화를 위해 스마트변전소를 구축하고 있다. 일례로 지린성 지사는 120KW 변전소에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실시간 모니터링을 운영 중이며 저장성 지사는 변전소에 로봇 검사를 적용했다. 이들 지역 자회사는 70개의 자체 프로젝트를 통해서 배전망 검사·유지보수, 수요관리, 데이터사업 등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