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전기본 실무안 두고 설왕설래...“정치 개입 없어야”
11차 전기본 실무안 두고 설왕설래...“정치 개입 없어야”
  • 이훈 기자
  • 승인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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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센터 등 전력수요 증가...불확실성 많아
원전·재생에너지 확대 목표 제시했지만 서로 갈등만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하 실무안)이 발표됐다. 신규 원전 3기, SMR 1기 건설이 담겨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확대도 목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원전이냐 재생에너지냐를 두고 서로갈등을 빚고 있다. 이에 정치 프레임을 벗어야 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실무안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38년 최대 전력수요는 129.3GW로 전망됐다. 적정예비율(22%) 고려 시 2038년까지 필요한 설비는 157.8GW이며, 재생에너지 보급전망(2038년 120GW, 실효용량 기준 13GW) 등을 감안할 때의 확정설비는 147.2GW이다.

2038년까지 추가로 필요한 발전설비 10.6GW 가운데 4.4GW를 새 원전 추가 건설로 충당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최대 3기의 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2035년부터는 소형모듈원자로(SMR)도 투입된다. 2035∼2036년 필요한 신규 설비 2.2GW 중 3분의 1에 달하는 0.7GW를 SMR에서 얻는다는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발전량도 무려 3배가 늘어났다. 2038년에는 재생에너지가 약 30%에 육박하게 된다.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매년 6GW 넘게 증가해야 된다. 하지만 국내 재생에너지 설비증설 최대실적은 2020년 4.6GW로 매우 도전적인 과제로 평가되고 있다.

정동욱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장은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 상황과 여러 제약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클러스터에 따른 전력수요 증가, 수소 혼소나 암모니아혼소 같은 신기술, 인구 감소 등 고려해야 할 불확실성이 많았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국회에서는 실무안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들의 견해를 듣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국회 공청회가 개최됐다. 우선 이날 공청회에서는 이번 실무안을 두고 다양한 고
려요소를 잘 반영하고 특정 에너지원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췄다는 평가가 제시됐다.

김윤경 이화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전원믹스를 구성할 때는 신규 전원으로 무탄소전원을 우선 반영, 발전량 대비 무탄소전원의 비중을 2030년 52.9% 2038년 70%로 정했다. 그리고 태양광과 풍력의 보급량을 2030년 72GW로, 2038년 120GW로 전망했다”며 “신형 대형원전(4.2GW)과 SMR(700MW) 실증도 고려해 특정 전원에 의존하기보다 전원 간 대체·보완성을 함께 고려하는 ‘조화로운 전원 구성’을 제안한 것”으로 평가했다. 이어 “이를 통해 전력의 공급안정성을 달성하면서 경제성, 기술중립성, 탄소중립까지도 놓치지 않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남태섭 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도 “제11차 전기본 실무안의 기본방향에 동의한다”면서 “재생에너지만으로 전력수급이 가능하다는 이상주의는 버려야 한다. 탄소중립과 수급안정 사이에서 합리적인 에너지믹스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남 처장은 이어 “태양광과 풍력발전 설비의 90% 이상이 민간사업자 소유다. 2023년 12월 기준 해상풍력 발전사업허가권 77개 중 70개가 민간기업을 내세운 해외자본이 장악한 상황”이라며 “11차 전기본은 발전부문의 민영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전력 공급의 주류를 형성하게 될 재생에너지 발전영역이 공공의 통제 아래 국민의 보편적 에너지기본권을 충족시키고 있는가를 중심으로 새롭게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계획 추진 과정에서 여전히 적지 않은 불안요소가 있다는 지적도 제시됐다. 황태규 GS EPS 상무는 “특정 전원이 발전량 비중 30%를 넘으면 꼭 부작용이 생겼다”며 “특정 전원이 30% 이상을 차지하지 않는 수급계획을 고려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신동원 한국환경연구원 연구위원도 “미래 발전원으로 큰 기대를 받고 있으나, 아직 상용화가 되지 않은 SMR과 같은 에너지원의 도입은 불확실성이 커 착공이 미뤄질 경우 대비가 필요하다”며 “차선책으로 LNG 발전, 수소혼소 등이 고려되고 있으나 LNG 수급 불안정과 과잉설비에 대한 가능성 등을 고려한다면 신재생 보급과 ESS에 대한 투자가 더 합리적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번 공청회에서는 에너지정책에 정치가 개입되면 안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 위원장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둘러싼 논쟁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의 입지가 좁아졌다. 일방적이고편향된 시각이 아닌, 합리적인 비판과 제언이 절실하다”며 “국회가 이견을 수렴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손양훈 인천대 교수는 “탈원전이나 탄소중립 때는 정치가 수급계획을 압도했고 국제 에너지 시장의 변화는 전력회사를 심각한 적자의 늪에 빠뜨렸다”며 “결과가 계획대로 나오지 않아도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으며 전력수급 계획이 쓸모가 없음을 끊임없이 증명해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종배 건국대 교수도 “전력수급계획의 지나친 정치화는 지난 정부 8차수급계획의 ‘탈원전’, 9차수급계획의 ‘탈석탄’으로 본격화됐다”며 “정치화된 수급계획의 가장 큰 문제점은 현실보다 지나치게 이상을 설정한 결과 비용이 극대화되고 이러한 단적인 예가 2022년 글로벌 에너지 위기로 인한 에너지 비용의 급상승”이라고 지적했다.

문양택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장은 “모든 전원이 강점과 약점이 있고, 전원 구성을 위해 전문가들과 지속적으로 의견을 나눴다”며 “재생에너지 보급과 전력계통면에서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11차 전기본 실무안은 관계부처 협의와 공청회, 국회 상임위원회 보고 등의 순을 거쳐 전력정책심의회의를 통해 최종 확정된다.

이훈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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