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재검토 촉구...전기본 폐지 주장도 제시
지난 5월 발표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두고 시민단체들과 야당이 반발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공동으로 기자회견을 개최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으며 야당은 긴급 토론회를열었다.
지난 6월 3일 기후정의동맹은 공공운수노조, 기후위기비상행동, 민주노총, 종교환경회의, 탈핵시민행동 등과 함께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규탄하며 재수립을 요구했다.
김은정 기후위기비상행동 공동운영위원장은 “실무안은 무능하고 막무가내 국정의 연장선에서의 에너지정책”이라며 “기후위기 대응보다 핵발전과 화석연료를 우선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전력 수요 전망 역시 대기업의 초과 이윤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의심된다”며 “기후비상사태에 돈벌이 중심의 전력수급계획이 아닌 공공성을 강화하고 탈화석연료, 탈핵 중심의 국가 장기 계획을 재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은혜 기후정의동맹 활동가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보이는 것도 OECD 꼴찌인 한국이 진작했어야 할 전환을 부랴부랴 쫓아가는 꼴”이라면서 “재생에너지 확대도 민영화가 아닌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신속하고 정의롭게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은 “수요관리는 하지 않으면서 발전소만 계속해서 지으면 된다는 구시대적 계획을 기후위기 시대에 언제까지 반복하고 있을 것인가”라면서 “실무안은 가장 기본이 되는 전력수요부터 과도하게 부풀린 것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탈핵시민행동은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는 산업계와 전력업계를 위한 수요 정책일 뿐”이라며 “기후위기 대응과 미래세대를 위한 계획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기후솔루션은 “전력계통을 이유로 재생에너지 속도 조절은 정부와 전력당국의 책임 회피”라고 입장을 표명했다.
정치권에서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 재검토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여전히 2030년 재생에너지 비중 목표를 전혀 변경, 상향하지 않았고, 신규 원전을 4기 건설하겠다는 구상도 밝혔다”며 “재생에너지 없이는 기후위기 대응도, 경제의 지속적 발전도 불가능하다. 높아지는 RE100 파고에 도저히 맞설 수 없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기후위기 대응과 실효적에너지 대책 신설을 위해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 기후행동의원모임은 논평을 통해 “실무안을 발표하며 산업부는 마치 재생에너지 보급을 획기적으로 늘려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를 충실히 반영한 것처럼 홍보했다”며 “11차 전기본에서 내세운 재생에너지 용량 목표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 약속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약속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 달성’이라는 수사는 눈속임에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신규 원전 건설과 관련해 “국내 원전 밀집도는 세계 1위인 상황으로 원전 다수호기 과밀집은 원전 사고의 위험 및 사고 시 피해를 높이는 위험 요소”라며 “건설하는데 14년이 걸리는 대형 원전, 아직 상용화도 되지 않은 SMR로 기후 대응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어리석은 고집”이라고 꼬집었다.
심지어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또는 변경 시 국회 동의 절차를 의무화하는 전기사업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은 “재생에너지 뒷전, 원전 확대 기조로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윤석열 정부의 에너지정책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이번 개정안은 정부 에너지정책에 대한 민주적 통제를 강화하는 법적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21일 국회에서 열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긴급 토론회’에서 전기본을 폐지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원전, 석탄, 가스발전 인허가의 합리화를 위한 도구인 ‘전기본’ 제도는 RE100 시대에 흉기 역할만 한다”며 “국회는 전기사업법을 개정해 ‘전기본’을 폐지하고 재생에너지 인허가 신속처리제도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