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력산업 참여 주체별 산재예방 노력
지난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이 5인 이상 사업장으로 전부 확대됐다. 이에 따라 대부분 50인 미만이었던 영세한 전기공사업체의 경영책임자들도 중처법 상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갖춰야 할 의무가 생겼다. 1982년에 산업안전보건법이 제정된 이후 사실상 안전보건관리 체계의 불모지에 가까웠던 영세 소규모 전기업체들은 중처법 이행에 어려움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산재예방업무를 담당하는 정부부처인 고용노동부는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함께 소규모 사업장의 중처법 이행의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 산업안전 대진단 및 맞춤형 지원연계를 통한 사업장별 컨설팅, 인력, 예산 지원을 실시하고, 원·하청 상생협력사업을 운영해 공공기관 및 대기업의 협력사 산재예방 지원조치 강화 등 다양한 사업으로 영세 사업주의 법 준수 환경 조성을 지원하고 있다.
전력산업의 리더인 한전의 경우에도 올해 초 고용노동부와 함께 전력그룹사와 관련 협회 등 전력산업계 모든 구성원들과 전력산업 차원의 산재예방결의 행사를 실시,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의 협업을 통해 전력산업의 안전조치 지원을 강화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자체 산재예방 조치와 협력사 안전보건조치 강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
중처법 대상이 된 영세한 전기공사업체들도 안전보건 역량 강화를 위해 산재예방을 위한 정부 지원사업에 적극 참여하고 스스로 비용을 확보해 자체 컨설팅을 받는 등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 전력산업의 어려움
중처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안전보건관리체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경영책임자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통한 위험요인의 제거일 것이다. 우리 사회가 회사의 경영책임자에게 중대산업재해 발생에 따른 책임을 부여하게 된 이유는 권한이 부족한 사업장 단위의 책임자 처벌만으로는 실제 위험요인에 대한 통제와 개선이 어려운 환경을 고려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전력산업에서 존재하는 가장 큰 위험은 무엇일까? 과거 발생한 중대재해 통계를 분석해 보면 감전과 떨어짐이 가장 큰 발생 원인으로 나타난다. 이는 결국 감전과 떨어짐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면 전기공사의 가장 큰 위험이 제거될 수 있다는 사실로 이어진다.
그동안 한전은 2022년 1월부터 직접활선작업을 금지하고, 인력오름 대신 고소작업차량을 사용하도록 해 감전과 떨어짐 재해를 대폭 감소시킨 성공적인 산재예방 조치 사례가 있다.
다만, 떨어짐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조치는 한전과 전기공 사업체의 자체 노력(시설, 장비, 인력 강화 등)을 통한 수행이 가능한 반면, 감전사고 예방을 위해 필수적으로 선행돼야 하는 휴전작업*의 경우 작업 시간 동안 전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사용자의 불편함이 수반되므로 대국민적 이해 없이는 조치가 어려운 상황이다.
* 휴전작업 : 작업자의 감전사고 예방을 위해 특정 구간 전력공급을 중단 하고 실시하는 작업
3. 휴전작업에 대한 이해 요청
필자는 한전에 근무하기 전 10년 이상 고용노동부에서 산재예방 정책을 수립하고 운영하면서 공공기관에 대한 산재예방 노력 평가업무도 담당했다. 이때 한전 및 전기 업계 관계자들은 “공사 참여자들의 낮은 안전의식과 휴전작업 시 발생하는 엄청난 민원”이 산재예방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공통된 의견을 전한 바 있다.
정부의 발표에 따르면 산업재해로 인한 국내 연간 경제적 손실액은 200조원 이상이다. 관련 논문*에 따르면 중대재해 한 건당 약 15억원에서 33억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산업재해 발생 시 지급되는 산재보상보험금을 근거로 재해와 수반해 발생한 최소한의 비용을 유추한 것으로 실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며, 경제적인 손실을 떠나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가족의 비통한 마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 비용편익분석을 통한 안전보건대장의 경제적 효과성 분석(임세종 등, 한국건축시공학회)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중처법 확대에 따라 전기공사업과 관련된 모든 주체에게 산업재해에 따른 책무가 부여됐다. 이로 인해 그들의 안전의식은 확실히 높아졌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의지만으로는 감전 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가장 주요한 대책인 휴전작업의 적극적 이행은 여전히 어려운 현실이다.
초등학생 시절 도덕책에서 맹자의 4덕에 대해 배웠던 기억이 있다. 맹자의 4덕, 인의예지 중에서 가장 먼저 배웠던 인에 해당하는 측은지심은 곤경에 처한 자를 도와주고자 하는 본성에 해당한다. 휴전으로 인한 나의 잠깐의 불편이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을 지킬 수 있다는 인간의 선한 마음인 측은지심이 작용하여 더 이상 전기공사 현장에서 감전으로 인한 중대재해가 발생하지 않길 기원한다.
임세종 한국전력 안전처 선임연구원(안전공학박사)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