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체력과 건강 상태 최우선 고려…고령층 숙련노동자 일자리 확대 및 보장
한국전력이 송배전 근로자의 정년을 전면 폐지했다. 전기근로자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일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근로자의 ‘안전’과 ‘건강’이 계속고용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기근로자들은 감전, 추락, 작업 차량 전복, 깔림 등 중대재해 위험 속에서 근무하고 있다. 실제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23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이 중에서 감전사는 7건으로 확인됐다.
이에 한전은 지난 2022년 안전사고 근절을 위한 특별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감전사고 근절을 위해 작업자와 위해요인의 물리적 분리를 시행했다. 직접활선 작업을 퇴출했으며 감전사고의 우려가 전혀 없는 ‘정전 후 작업’을 확대했다.
절연스틱작업은 절연스틱 끝부분에 각종 공구를 장착해 전력이 공급되는 상태에서도 각종 설비를 교체할 수 있는 공법이다. 작업자들이 절연 장갑이나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직접 작업하던 직접활선공법에 비해 작업자의 안전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절연스틱작업 확대로 현장의 감전사고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정전 후 작업, 즉 휴전 작업을 확대하고 있다. 휴전은 고객의 신·증설공사, 변압기 교체공사, 지장전주(전선) 이설공사, 전선교체공사, 설비의 예방점검 보수와 같이 한전의 사전계획에 의한 것으로서 지역 주민에게 사전 통보하고 전기의 공급을 일시 중지하는 것을 말한다.
생명유지장치 고객 등 휴전 시 전기가 절대 끊기면 안되는 민감 고객들을 위해서는 발전기를 대여함과 동시에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비상발전차 역시 상시 대기한 후 작업을 시행하고 있다.
원정훈 충북대학교 교수는 “주요 선진국에서는 전기작업이 필요할 때 휴전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있으며 휴전 작업으로 정전 시간이 길어지는 것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휴전 작업에 적극 협조하는 것이 전기작업자의 생명을 지키고 고품질 전기를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전했다. 이 밖에도 공사현장마다 안전담당자를 배치하는 것은 물론 인력· 장비 실명제 도입 등 현장의 안전 규칙도 강화했다.
한전은 이번 근로자 연령제한을 폐지하며 기능 자격 운영 기준을 개정해 단순 연령이 아닌 협력회사 근로자의 체력과 건강 상태를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제도로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전기근로자가 기능 자격을 갱신할 때 분야별로 일반 건강검진결과 또는 국민체력인증서(1~2등급)를 필수 제출하도록 변경해 작업에 필요한 적정 체력을 근로자가 스스로 유지하도록 유인할 방침이다. 또한, 자격증 내에 개인정보 외에도 혈압, 당뇨, 벌 알레르기 등의 건강정보를 코드화해 병기하는 것으로 추진 중이다.
이와 함께 철탑, 전주 작업을 시행하는 고소 작업자와 고령 근로자를 대상으로 작업 당일 건강상태를 더욱 꼼꼼히 확인하는 절차를 새롭게 마련하고, 안전보건 특별 프로그램을 실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음주측정기 구비 및 측정을 의무화하고, 작업 전·중 숙취여부를 확인토록 하며, 혹서기·혹한기 안전조치 이행여부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다. 기저질환을 보유한 만 65세 이상 근로자 대상으로는 ▲고령자 취약 재해사례에 대한 맞춤형 집중교육 ▲가상현실(VR)을 활용한 체험형 안전교육 ▲안전보건 브로슈어 및 스티커 배부 등을 병행할 예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노화속도와 건강상태는 사람마다 다르며 최근에는 환갑을 훨씬 지나고도 건강을 유지하는 분들이 매우 많아졌다”면서 “적정 수준 이상의 건강을 유지하는 ‘고령층 숙련노동자’들의 일자리를 확대 및 보장하고, 노인 인구 1,000만명 시대 진입에 대비해 새로운 근로 기준을 제시하는 혁신적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