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 주요 내용과 개선방안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 주요 내용과 개선방안
  • 전우영
  • 승인 2024.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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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이하 전기본) 실무안이 지난 5월 31일 발표됐다. 에너지기본계획(이하 에기본)이 근거를 두고 있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이 폐기되면서 에너지 관련 최상위 계획인 에기본도 수립근거가 사라지게 됐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의 주요 수단은 화석연료를 무탄소 전력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2050년 전체 에너지 수요 중 약 45%가 전력으로 구성되면서 전체 에너지에서 전환부문의 역할이 가장 커진다. 즉 향후 전환부문은 탄소저감을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하게 되며, 에기본이 폐기된 상황에서 전기본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게 됐다.

전기본은 전기사업법 제25조에 따라 2년 단위로 수립되며, 동 법 6항에서 기본계획에 담겨야 하는 사항으로 전력수급의 기본방향, 장기 수급전망, 발전 및 송변전설비 계획, 수요관리, 분산형전원 확대 등을 제시하고 있다. 금번 11차 전기본은 2024년부터 2038년까지 15년간의 계획기간에 대해 장기 수급전망과 계획을 제시한다. 이번에 발표된 실무안은 전문가위원회의 권고안으로 이 실무안은 전략환경·기후변화영향평가, 관계부처 협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고, 공청회, 전력정책심의회를 거쳐 확정되게 된다. 본고에서는 이러한 11차전기본의 주요 사항을 살펴보고 전기본의 향후 개선방안에 대해서 논하고자 한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의 주요 내용

전기본의 수립절차는 크게 1) 목표수요 전망 2) 목표설비 산정 3) 확정설비 산출 4) 신규 필요설비 구성으로 이뤄진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에서 도출된 개별 절차의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다.

목표수요 전망

목표수요는 기준수요에서 수요관리량을 차감한 수요이며 기준수요는 다시 모형수요와 추가수요로 구성된다. 모형수요는 경제성장률, 인구, 산업구조, 기온 등의 거시변수에 기반한 전력수요 증가추세를 계량모형으로 도출한 수요로 128.9GW로 전망됐다. 추가수요는 과거 추세가 반영하지 못하는 전기화, 첨단산업, 데이터센터 등 AI기반 4차산업 혁명이 가져오는 미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여 추가적으로 산정한 수요로 16.7GW로 전망됐다. 특히 11차 전기본에서는 AI의 영향으로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30년에 2023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수요가 2026년까지 2022년 대비 약 2.2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고1), 미국은 AI 전력수요가 2030년까지 2024년 대비 약 80배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2)한 것과 비교하면 전기본의 추가수요 전망치는 다소 보수적으로 설정된 것을 알 수 있다. 전기본은 국가계획이기 때문에 구체성을 갖춘 수요만 반영하는 보수적인 접근이 필요하며, 2년 단위로 계획을 롤링하기 때문에 추후에 수요가 더욱 구체화됐을 때 전망에 포함될 수 있다. 목표수요는 모형수요와 추가수요의 합인 기준수요에서 수요관리를 차감하여 산정된다. 수요관리는 한전 등이 참여하는 ‘에너지공급자 효율향상 의무화 제도(EERS, Energy Efficiency Resources Standards)’ 목표를 기초로 수요반응자원 확대 등 기타 수요관리 수단을 반영해 16.3GW로 도출했으며, 그 결과 목표수요는 129.3GW로 전망됐다.

목표설비 산정

목표설비는 목표수요에 신뢰도 워킹그룹에서 산정한 예비율을 적용해서 도출하게 된다. 예비율은 발전설비의 불시고장, 정비소요, 건설지연 가능성 등을 고려해 단기(2024~2028년) 20%, 중기(2029~2032년) 21%, 장기(2033~2038년) 22%로 10차 전기본과 동일하게 도출됐다. 예비율을 반영한 목표설비는 157.8GW로 산출됐다.

확정설비 산출

확정설비는 기존에 계획된 화력 및 원자력발전 등의 건설 및 폐지 계획과 신재생에너지 보급 전망을 반영해 추산하며 147.2GW로 산출됐다. 태양광·풍력 보급은 2030년 NDC 달성을 위해 이격거리 규제개선, ESS 조기보강, 산단 태양광 활성화 등의 정책수단을 반영해 10차 전기본의 65.8GW 대비 72GW로 상향 전망했다. 이는 COP28에서 합의된 재생에너지 3배 확대 목표를 달성하는 수치이다. 2038년 기준으로 태양광 및 풍력은 10차 전기본 2036년 수치보다 약 15.7GW 증가한 115.5GW이며, 여기에 수력·바이오 등을 포함한 전체 재생에너지는 119.5GW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석탄발전은 기존 10차 전기본의 수명도래 물량은 LNG전환을 유지하면서, 2037~2038년에 수명도래하는 12기는 양수, 수소, 암모니아혼소, 열병합 등 무탄소전원으로 전환되도록 계획했다. 원자력발전은 새울 3,4호기, 신한울 3,4호기 등 10차 전기본의 준공계획 및 계속운전을 반영했다.

신규 필요설비 구성

신규 필요설비는 목표설비에서 확정설비를 차감하여 추산되며 10.6GW로 전망됐다. 신규 필요설비는 전원별 건설기간과 미래 기술여건 등을 고려해서 기간별 신규건설 수요를 도출했다.
2031~2032년은 무탄소전원의 기술개발 속도를 고려할 때 진입이 힘들기 때문에 LNG를 활용한 열병합 발전으로 필요설비 2.5GW를 충당하기로 했다. 2033~2034년은 여전히 무탄소전원이 들어오기 불명확한 시기이기 때문에 ‘수소 혼소 전환 조건부 열병합 또는 무탄소전원’ 물량으로 배정하고 차기 전기본에서 결정할 것을 권고했다. 2035~2036년은 2.2GW의 필요설비 중 SMR 상용화 실증에 0.7GW를 할당하고, 나머지 1.5GW는 기술불확실성을 감안해서 발전원을 특정하지 않고 수소전소, ESS연계 태양광, ESS연계 풍력 등 다양한 무탄소전원이 입찰시장을 통해 효율적으로 도입되는 것으로 권고했다. 2037~2038년은 대형 원전이 들어올 수 있는 시기로, APR1400 기준 최대 3기까지 건설이 가능한 물량이나 2038년까지의 건설기수는 부지확보, 소요비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부와 사업자가 최적안을 도출할 것을 권고했다. 추가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안정적으로 계통에서 수용하기 위해서 장주기 ESS가 2038년까지 21.5GW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으며, 이를 양수발전과 BESS로 충당하는 것으로 계획했다.

2023년 3월 발표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전환부문의 2030년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는 400만톤 상향된 1억 4,590만톤으로 결정됐다. 에기본이 폐기된 상황에서 NDC는 전기본이 가장 우선순위를 두고 달성해야 하는 목표로 이를 달성하기 위해 10차 전기본 대비 신재생발전과 수소발전이 상향되었다. 보다 구체적으로 2023년 무탄소발전 비중은 원전 30.7%, 재생에너지 8.4%로 39.1%였으나 2030년에는 무탄소발전비중이 50%를 넘어서서 2038년에는 70.2%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추세를 유지하면 2050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것으로 전망된다.

전기본의 향후 개선 방향

전기본은 2002년 도입된 이후로 안정적이고 경제적인 전력공급에 중요한 역할을 맡아왔다. 안정적 전력공급의 지표 중 하나인 연간 정전시간은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기준 8.9분 수준으로 미국, 프랑스, 영국 등의 선진국이 40~280분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매우 우수한 수준이다. 주택용 전기요금은 OECD 평균보다 84% 낮아 매우 저렴한 수준이다. 또한 한국은 타국가와 계통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고립계통이기 때문에 문제발생 시 해결책이 제한적이고, 에너지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대외환경 변화에 취약하여 정부 주도의 전원계획의 필요성이 높게 인정됐다. 하지만 수소전소, SMR, CCS 등 무탄소 자원들의 미래 기술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향후 15년간의 발전설비를 확정적으로 계획하는 것은 너무 경직적이고 비효율적이라는 비판 역시 최근 대두되고 있다. 또한 송전망 건설이 상시적으로 지연되는 상황에서 송전망 투자와 제대로 연계되지 않는 전기본의 설비계획은 사업자들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발전기 이용률을 떨어뜨려 높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 이와 같은 이슈를 포함하여 전기본의 향후 개선방안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무탄소전원 확대에 대한 계통보강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도록 전기본과 계통계획이 연계되어야 한다. 전국 단일 SMP에 송전망요금이 부과되지 않는 현재 도매시장 제도하에서 재생발전 입지가 사업자에 의해 상향식(Bottom Up)으로 결정되어 비수도권에 집중되고 계통은 이를 모두 수용해 주는 방식의 현재 송전망 계획은 전력공급의 효율성을 급격히 떨어뜨린다. 10차 장기송전망 계획에서 제시된 2036년까지의 투자비용은 56조 5,000억원이고, 10차 전기본에서 제시된 백업 ESS의 투자비용은 약 48조원으로 추산된다3).
무탄소전원을 수용하기 위한 계통보강비용만 100조원이 소요되는 것이다. 송전망 증설이 최소화될 수 있는 방향으로 대형 재생발전 단지에 대한 위치를 하향식(Top Down)으로 지정하면 송전망 혼잡에 의한 출력제한을 줄일 수 있고, 불필요한 ESS 투자를 회피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필요하게 된 원인인 상시적인 송전망 건설 지연으로 인한 경제적·사회적·환경적 비용을 경감할 수 있다.

둘째, 시장제도와 전기본과의 연계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해외 연료가격 상승으로 SMP가 폭등하고 한전의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현재의 경직적 가격규제 체계의 한계가 드러난 바 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어 한전의 자금조달능력에 계속해서 문제가 생기면 대규모 재생발전 사업, BESS 사업, 송전망 건설 등 전기본을 실행하기 위한 주요사업들에 모두 차질이 발생한다. 전력 공급원가가 효과적으로 반영되는 소매요금 구조가 만들어져야 전기본이 안정적이고 계획적으로 실행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회적 비용이 최소화될 수 있다. 또한 도매시장 관련해서 BESS와 같이 향후 변동성자원 대응을 위해 필요성이 높아지는 자원들이 계약 시장보다는 현물시장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시장제도 조정이 필요하다.

셋째, 기술 불확실성을 효과적으로 수용할 수 있도록 전기본이 보다 유연해질 필요가 있다. 수소전소발전, SMR, CCS와 같은 에너지 신기술의 15년 후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이런 불확실성과 완전하지 못한 정보를 가지고 현재 전기본 체계와 같이 확정적으로 설비계획을 하는 것은 오히려 전기본의 권위와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관점에서 이번 11차 전기본은 진일보한 방법을 도입했다. 2035~2036년 기간에 대해서 기술을 특정하지 않고 수소전소, ESS 연계 태양광, ESS 연계 풍력 등 기술력과 경제성을 갖춘 무탄소 자원이 경매시장을 통해 들어오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는 기술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에서 기술 중립성을 유지하고, 비용 효율적으로 무탄소전원을 보급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안이다. 기술 간 경쟁을 촉진하고, 값싼 무탄소전원을 확보함으로써 전환부문 저탄소전환 비용을 경감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경쟁을 촉진하고, 미래 변화를 유연하게 수용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기본은 계속 진화해갈 필요가 있다.

전우영 전남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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