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산자원(Distributed Energy Resources, DER)은 수요지 인근 또는 배전망에 연계되어 에너지 · 용량 · 보조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잉여 전기 해소 등이 가능한 전력 자원을 의미한다. 분산형 전원(태양광 · 풍력 · 열병합 등), 에너지저장장치(ESS · 전기차 등), 수요자원(수요반응 · 에너지효율 등)은 대표적인 분산자원이다.
국내 분산자원은 태양광을 중심으로 보급이 확대됐으며 전체 태양광 중에서 1MW 이하 소규모 태양광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한다. 분산형 전원 중 태양광 비중은 70%이며 1MW 이하 소규모 태양광의 비중은 전체 태양광의 80%를 차지한다.
1MW 이하 소규모 태양광은 전력거래 과정이 복잡해 현실적으로 전력시장 참여가 어렵기 때문에 대다수가 한전과 PPA(Power Purchase Agreement, 전력수급계약)를 체결해 전력 거래를 수행한다. PPA 태양광은 월별 수동검침을 수행하기 때문에 시간대별 발전량 파악이 어려워 가시성(Visibility)이 부족하고, 순 부하(Net Load) 감소 효과를 유발해 덕커브(Duck Curve)2)를 야기하지만 규모 파악이 곤란한 문제점이 있다. 이처럼 소규모 태양광의 가시성 부족은 발전량 예측 오차를 증가시켜 운영예비력 확보량 증가를 야기하는 등의 계통 운영상의 문제점을 발생시킨다. 이에 따라 정부는 소규모 분산자원의 가시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전력계통 운영을 도모하기 위해 2019년 2월 소규모 전력중개시장을 개설했다.
중개사업자를 통해 모집된 소규모 분산자원의 전력시장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분산자원의 가시성이 확보되고 전력계통 운영의 효율성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VPP 운영현황 및 활성화 방안
VPP 개요
VPP(Virtual Power Plant, 가상발전소)는 소규모 분산 자원의 전력시장 참여 및 전력계통 운영 기여를 목적으로 모집된 분산자원 집합을 의미한다. 태양광, ESS, DR 등이 통합된 새로운 형태의 분산자원으로 볼 수 있으며, 국내에서는 다양한 분산자원 보유자와 중개사업자를 통해 모집된 자원으로 정의하고 있다.
ICT(Information & Communications Technology) 기술의 발전으로 개별적으로만 관리가 가능했던 분산자원의 통합 제어 ·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VPP 개념이 대두됐다. 수요 예측에서 자원별 합산 예측은 개별 예측보다 오차의 변동성을 감소시켜 예측 정확성을 향상시키기 때문에 모집된 분산자원은 발전량 예측을 용이하게 해 가시성이 확보되며, 이로 인해 전력시장에 참여하거나 전력계통 안정화 자원으로 활용이 가능해지게 된다.
중개사업자(Aggregator)는 다양한 분산자원을 모아 최적화하거나, 교환을 촉진해 가치를 창출하는 주체로 분산자원의 모집, 계량 및 전력거래, 정산 등을 수행하는 새로운 유형의 시장 참여자다. 중개사업자는 여러 고객이 보유한 자산을 취합 및 최적화해 발생하는 수익을 기반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집합 자원의 유연성 관리를 위한 예측 및 밸런싱 역할을 수행한다. 또한 전력거래 업무뿐만 아니라 분산자원 보유자의 설비 O&M, 각종 행정 처리 업무 등의 서비스 제공도 수행할 수 있다.
현재까지는 VPP의 개념이 생소해 VPP와 중개사업자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중개사업자는 분산자원을 모집하는 사업자이며 중개사업자가 모집한 분산자원이 VPP이다. 따라서 VPP 사업은 중개거래 사업, VPP 사업자는 중개사업자를 의미하며 중개거래시장은 VPP가 참여할 수 있는 전력시장으로 이해할 수 있다.
VPP는 자원 모집 형태에 따라 공급형, 수요형, 융합형으로 구분되며, 자원 모집 및 운영 편의성, 법 · 제도의 한계 등으로 공급형과 수요형 중심으로 VPP가 대부분 운영되고 있다. 공급형 VPP는 태양광, 풍력, ESS를 모집해 기저발전과 동일한 서비스(에너지 및 보조서비스 시장 참여)를 제공하는 VPP다. 수요형 VPP는 DR, EE 등 수요자원을 활용해 전력 사용을 절감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VPP다. 융합형 VPP는 공급형과 수요형이 혼합된 형태로 최종적인 VPP 운영 형태지만 높은 투자비용 및 법 · 제도적 제약 등으로 활성화가 미흡한 상황이다. 공급형 VPP는 소규모 중개거래시장, 수요형 VPP는 수요자원시장으로도 구분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소규모 중개거래시장에 DR, EE 등 수요자원이 참여하는 형태의 융합형 VPP 시장이 확대 운영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VPP는 운영 목적에 따라 CVPP(Commercial Virtual Power Plant)와 TVPP(Technical Virtual Power Plant)로도 구분된다. CVPP는 송전계통의 전력수급 균형에 기여하도록 운영되는 VPP로 자원 모집에 지역적 제약이 없고 전력시장 참여를 통한 다양한 비즈니스가 가능하다.
TVPP는 배전계통의 안정화를 목적으로 운영되는 VPP로 자원 모집에 지역적 제약이 크고, 선로 혼잡이나 전압 상승 등 비상 상황 시 활용되는 유틸리티와 고객 간의 직접계약 자원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운영 중인 VPP는 대부분이 전력시장에 참여해 수익을 창출하는 CVPP이며 TVPP는 유틸리티의 실증 사업 수준에서 운영되고 있다.
국내 VPP 운영 현황
우리나라는 소규모 분산자원의 가시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전력계통 운영을 도모하기 위해 2019년 2월 소규모 전력중개시장(한국형 VPP 제도)을 도입했다. 소규모 전력 자원에서 생산 또는 저장한 전력을 모아서 전력시장을 통해 거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제도다. 중개사업자를 통해 소규모 분산자원을 모집하고 전력시장 참여를 유도해 분산자원의 가시성을 확보함으로써 계통운영 효율성 개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참여자원은 1MW 이하의 태양광 및 ESS, 모든 종류의 전기자동차이며 자원 모집은 사업자 소재지와 관계없이 전국단위로 이루어진다. 중개사업자는 모집한 소규모 분산자원에서 생산 또는 저장된 전력을 모아서 거래하며 REC의 거래대행 및 설비 유지보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허가제가 아닌 간단한 등록절차를 통해 사업추진이 가능하도록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최소한의 기술 인력만 확보하면 사업등록이 가능하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2021년 2월 기준 102개 업체가 중개사업을 등록했다. 51개 중개사업자와 279.5MW 소규모 자원이 중개시장에 회원가입을 했으며 10개 중개사업자와 149.8MW 소규모 자원이 집합자원으로 구성됐다. 중개사업자를 통해 12,366MWh 소규모 자원의 전력이 거래됐으나 PPA 태양광의 거래량 1,218,057MWh의 1% 수준으로 아직까지는 소규모 자원의 시장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다.
분산자원 보유자는 중개거래 참여를 위한 계량기 설치와 중개거래 수수료 비용이 중개거래 참여로 인해 증가하는 수익보다 비싸 중개거래 참여가 저조하다. PPA를 체결해 한전의 계량기를 사용하는 분산자원 보유자는 중개거래에 참여하기 위해 거래소의 계량기 설치가 요구되며 SMP+REC 중개거래 수수료도 발생한다. 2019년 말 시장운영규칙을 개정해 한전의 저압 전자식 전력량계(G-type)를 시장에서 수용할 수 있도록 계량설비 설치기준을 완화했으나, 이 경우에도 중개거래 수수료가 수익 증가보다 더 크게 발생한다.
분산자원 보유자가 소규모 중개거래에 참여하는 이유는 중개거래 참여로 인한 수익 증가보다는 거래 편의성 개선에 의한 유인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계량기 비용이 인하되고 REC 고정가격계약이 가능해질 경우 소규모 태양광 중 최대 35%가 소규모 전력중개시장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개사업자 또한 낮은 경제적 유인으로 인해 활발한 중개거래 참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투자비 대비 수익이 저조해 경제성 확보가 어렵다. 참여자원이 1MW 태양광 및 ESS, 전기차로 제한되어 자원을 모집해 중개거래에 참여하기 위한 용량 확보가 어려우며, 국내 중개사업자의 수익모델은 중개수수료, 발전량 예측 정산금에 한정된다. 에너지 시장에만 참여 가능해 중개사업자의 비즈니스 모델도 한정적이다.
분산자원을 보유한 개별사업자의 중개거래 수수료, 발전량 예측 정산금을 통해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나 시스템 구축 · 유지비, 인건비 등 비용 부담이 더 크다. 시스템 구축비용은 용량과 관계없이 발생하는 비용인 반면, 편익은 참여자원의 용량에 따라 증가하므로 다수의 자원을 모집 및 운영할수록 경제성이 증가한다.
VPP는 배전계통에 연계된 자원으로 구성되나, 송전계통의 수급균형을 위한 자원으로 활용되기 때문에 배전망의 영향이 고려되지 않은 채 운영되고 있다. 중개사업자는 배전망에 대한 정보를 소유하지 않기 때문에 모집해 운영 중인 개별 분산자원이 배전망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수 없다. VPP 목적은 수익 극대화로 중개사업자는 모집한 분산자원의 개별 배전망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가용 자원을 모두 입찰해 전력시장에 참여하기 때문에 향후 중개사업자의 자의적인 발전으로 인해 배전망 제약 위반 가능성이 있다.
이처럼 분산자원의 가시성 확보를 통한 효율적 계통운영 도모를 위해 소규모 전력중개시장이 도입됐지만 국내 VPP는 모집 자원 및 용량 제한, 시장제도 한계로 비즈니스 모델이 한정적이다. 이로 인해 경제성 확보가 어려워 VPP 활성화가 지연되고 있다. 또한 배전망 운영자의 망 제약 여부 검토 등의 중개거래 운영 규정이 없어 계통운영자 측면에서 중개시장 운영시 배전계통의 불확실성 증가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해외 VPP 운영 현황
영국은 2019년 12월 중개사업자의 도매시장(에너지 · 용량 · 보조서비스) 참여를 허용했다. 그동안 도매시장 참여는 에너지 공급 자격을 가진 사업자들로 제한돼 있었으나 공급 면허를 취득한 전력 마케터, 에너지 판매업체, 중개사업자 등도 참여가 가능해졌다. 영국의 VPP 용량은 6.1GW로 에너지 판매업체 등이 보유한 DR 자원을 포함해 VPP로 고려하고 있어 보급 규모가 크지만 중개사업자의 시장 참여는 아직 저조한 상황이다.
미국은 2020년 9월 ‘FERC Order 2222’ 개정을 통해 중개사업자가 모집한 분산자원이 도매시장(에너지 · 용량 · 보조서비스)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전력시장에 참여할 능력이 있음에도 크기가 작아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는 분산자원을 중개사업자를 통해 RTO/ISO 도매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했다. 이에 따라 분산자원의 도매시장 참여를 통해 발전비용 하락, 계통 복원력(resilience) 강화와 동시에 가정용 · 상업용 태양광 및 ESS 투자 증가가 기대된다. 분산자원을 배전계통 또는 계량기 하단에 위치한 자원으로 정의해 용량 제한이 없으며, 변동성 재생E, 열병합, ESS, DR, EE, EV 등 다양한 소규모 에너지원을 분산자원으로 고려하고 있다.
일본은 2021년 4월 수급조정시장을 개설할 예정으로 중개사업자의 경매입찰 참여를 허용했다. 중개사업자가 모집한 발전기, ESS, 부하 설비 등의 자원을 VPP로 정의하고, 재생에너지 예측 오차 대응을 위한 3차 조정력에 VPP 참여를 허용했다. 에너지 시장, 용량시장 외에 수급조정(보조서비스) 시장에도 VPP가 참여할 수 있도록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중개사업자의 증가와 비즈니스 모델 확대가 기대된다.
독일은 2017년 1월 재생에너지법(EEG) 2차 개정을 통해 중개사업자의 도매시장(에너지, 보조서비스) 참여를 허용하고 전력공급의 예상 시간, 공급량 등의 예측을 의무 부과하고 있다. FIP 보조금을 지원받는 재생에너지 설비는 중개사업자를 통해 시장 참여가 가능하다. 재생에너지 예측 의무 이행에 따른 비용 소요를 ‘Management Premium’을 통해 보상하며 중개사업자가 재생에너지를 모집해 시장에 참여하는 경우에도 보상받는다.
호주는 2012년 11월 ‘소규모 발전사업자(Small Generation Aggregator, SGA) 제도’를 도입해 소규모 발전자원의 원활한 도매시장(에너지) 참여를 도모했다. 5MW 이하 발전기 또는 연간 발전량이 20GWh 이하인 5~30MW 발전기가 중개사업자를 통해 전력시장에 참여하는 경우 모집 자원의 발전기 등록 의무를 면제하고 있다. 또한 중개사업자는 온실가스 배출규제 면제 등의 특전도 부여받는다.
이처럼 해외는 태양광, 풍력, 열병합, ESS, DR 등 다양한 분산자원을 VPP 자원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VPP가 다양한 시장에 참여하여 수익을 확보할 수 있도록 사업 환경 및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영국, 미국, 일본은 VPP가 에너지 시장 외에도 용량 · 보조서비스 시장에 VPP 참여가 허용돼 다양한 비즈니스 전략이 가능하다.
국내 VPP 활성화 방안
국내 · 외 VPP 운영현황을 비교했을 때 국내 VPP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분산자원 보유자와 중개사업자의 부족한 경제성을 보완하고 VPP가 배전망의 효율적 운영에 기여할 수 있도록 시장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첫째, 분산자원 보유자의 시장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계량기 비용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계량기의 성능 기준 완화를 통해 저렴한 계량기 설치를 허용해 비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둘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중개거래의 진입장벽 해소를 위해 중개사업자의 분산자원 모집 자원 및 용량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 풍력, 열병합, 수요반응, 에너지효율 등 다양한 분산자원의 참여를 허용하고 1MW 이하로 제한돼 있는 분산자원의 모집 용량 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용량 시장, 보조서비스 시장 등 중개사업자의 참여시장을 다양화하고 기존 에너지 시장에서 중개사업자의 중개거래 리스크 완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VPP 자원이 일정 규모 이상 확보되고 변동성이 완화된 발전력을 시장에 제공하는 경우 용량요금을 지급하거나, RPS 고정가격 계약 경쟁입찰에서 중개사업자의 계약 물량 보장하는 방법 등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넷째, 중개사업자가 전력시장 참여 전에 망 사업자를 통해 선로 혼잡, 전압 상승 등 배전망 영향을 검토 받고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운영 규정을 수립해야 한다. 분산자원의 배전망 영향을 고려한 중개시장 운영 규정과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분산자원의 보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분산자원 확대를 중점과제로 확정했으며, 5차 신재생에너지 기본계획 및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통해 신재생 확대 목표를 수립했다.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재생 설비용량은 2034년까지 84.4GW(자가용 4.4GW 포함)로 증가하고 신재생 발전량 비중은 25.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은 2034년까지 45.6GW 보급이 전망되며 가시성 부족으로 발전량이 파악되지 않는 태양광 용량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가시성이 부족한 소규모 분산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VPP의 역할이 점차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VPP 활성화를 위해 해외 VPP 운영 사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이를 참고한 계통 · 시장 운영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준비해나갈 필요가 있다.
정현우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