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정책, 모래성에서 벗어나자
에너지정책, 모래성에서 벗어나자
  • 박경민
  • 승인 2022.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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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의 성공적인 출범을 위한 디딤돌 쌓기가 한창이다. 에너지 부문은 지난 5년동안 특히 강조되었던 환경적 요소 뿐만 아니라 경제성이나 효율성, 에너지 안보 등을 두루 고려한 정책이 수립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든든한 지원군으로 대한민국 경제발전을 견인해 온 에너지 정책이 백년대계(百年大計)로서 가치를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는 과제도 있다.

친환경 에너지전환과 탄소중립을 기치로 내세웠던 지난 5년과 다른 에너지 정책의 수립, 추진이 예상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역시 우리나라 에너지정책 수립 방향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러시아산 원유, 가스 등 화석연료의 도입이 불투명해지면서 전력공급을 위한 에너지 믹스에서 제외되었던 석탄발전으로 다시 눈을 돌리는 국가들이 늘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전력 부족 사태를 막기 위해 불가피하게 퇴출을 계획했던 석탄발전소의 수명을 연장하거나 가동을 재개하려는 움직임도 관측된다.

이미 세계 각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여파로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온실가스 배출이 높은 석탄발전 대신 상대적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적고, 재생에너지의 변동성, 간헐성 보완이 용이한 가스발전을 주력으로 사용하거나 계획중이던 유럽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석유‧석탄‧천연가스 등 기존 화석연료 가격이 오를대로 오른 상황, 차기 정부의 에너지 믹스 구성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깨끗하고 안전한 에너지 공급이 기본 정책 방향이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윤석열 정부는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과 합리적인 탄소중립 에너지 믹스 구성, 그리고 이를 뒷받침할 전력시스템의 혁신을 기본 방향으로 설정했다.

글로벌 목표인 탄소중립에는 적극 동참한다는 기조를 밝혔지만, 부정적인 경제적 파급효과와 민생압박을 상쇄하기 위한 정책 조합의 수정은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냈다. 제20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특히 탄소중립에 소요되는 비용과 부담주체를 제대로 밝히지 않은 채 산업계를 비롯, 이해당사자와의 충분한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해 온 탄소중립은 그 추진 기반이 취약할 수 밖에 없는 만큼 여러면에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에너지집약형 제조산업이 경제발전과 성장을 이끌어왔다. 철강, 석유화학 등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산업이 주력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중 제조업 부가가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기준 한국이 26.6%다. 영국(8.8%)과 프랑스(9.9%), 미국(11.3%)보다 크게 높은 수준이다. 2020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영국이 44.9%, 독일이 46.7%지만 우리나라는 7.2%에 그친다.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한 계획기간도 짧다. 다른 국가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무탄소 전원으로 꼽히는 원전의 녹색분류체계(그린 택소노미) 포함, SMR 활성화 추진, 기존 원전 수명 연장, 공사 중단 원전 재개 등 원자력 중심의 진흥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 정부도 이 같은 정책에 힘을 싣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더해 전문가들은 에너지 정책에서 정치적 판단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원전, 재생에너지, 가스 등 특정 에너지원을 편애하기보다 합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에너지 정책을 수립, 추진함으로써 정책의 연속성, 예측가능성과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과도한 정치적 진영논리로 인해 에너지 정책이 급변하는 것은 에너지 정책의 존재 목적, 요컨대 기후위기대응, 안정적이고 보편적인 에너지 공급, 효율성 확보, 국민 생활 안정 등을 달성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수용성 확보와 국민인식 제고를 위해서라도 다양한 에너지원의 장점을 합리적으로 결합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개선책 마련이 필요하다. 에너지정책은 정권이 바뀌면 무너지는 모래성이 되어선 안된다. 조급한 선택이나 구호보다는 먼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으로 지속가능한 성장과 기후위기대응 모두의 가치를 잡을 복안을 마련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박경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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