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교차가 10도 이상 나면서 선선한 아침저녁 날씨와 상쾌한 공기, 높은 하늘에서 가을을 느낀다. 이제 곧 주변은 서서히 노란색을 띄기 시작할 것이고 산야가 붉게 타오를 것이다. 가을 하면 언제부턴가 길가 코스모스와 함께 교외 드라이브 길에서 만나는 연이은 자전거 행렬과 오토바이 행렬, 그리고 캠핑하는 모습들이 연상된다.
매년 찾아오는 가을이지만 올해 가을에는 어떤 와인을 마시면서 이 가을을 멋지고 맛있게 보내 볼 수 있을까? 봄에는 점점 따뜻해지며 초록이 싱그러워 보이니 연한 볏짚 색깔의 풀 향기 가득한 화이트가 생각나고, 여름에는 작열하는 태양에 차갑게 마실 수 있는 산도 높은 상큼한 화이트 와인과 로제 와인이 생각나는 반면, 겨울로 가는 길목의 가을에는 진하고 부드러우며 따뜻함을 가져다 주는 묵직한 화이트 와인과 레드 와인이 황금색과 붉은 색이 온천지를 뒤덮으니 그 색에 맞는 황금색 화이트와인과 밝고 옅은 색의 레드 와인이 아무래도 제격일 것이다.
자연이 선사하는 색의 변화도 우리의 감성에 영향을 주지만 와인의 선택도 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자연스레 맞추어 간다. 아직은 겨울이 아니니 와인도 구조감이나 무게감, 질감 등에서 너무 무겁지는 않으면서 적당히 스파이시한 와인이 방향을 잡아 줄 수 있다. 그리고 동시에 가을의 사색에 어울릴 만한 와인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천고마비의 계절 ‘가을’, 와인이 빠질 수 없다
우선 화이트 품종으로는 제철음식이라고 할 수 있는 게찜, 삼치구이, 홍합요리와 잘 어울리고 호박요리나 고구마와도 잘 어울리는, 오크 숙성을 하지 않거나 약하게 해서 샤르도네 품종의 과일향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는 와인이 좋다. 오크통 숙성을 하여 버터향과 바닐라 향이 풍부하고 묵직하고 크리미한 샤르도네는 아무래도 좀 더 날씨가 추워져야 좋게 느껴진다.
그리고 가을에는 꽃 향기 내뿜는 독일산 리슬링보다 리슬링의 전형적인 향인 말린 살구, 잘 익은 배, 석류, 꿀, 생강향 등이 있으면서 산도가 더욱 높아 드라이한 프랑스 알자스 지방의 리슬링과 과일향에 정향, 시나몬향 등으로 스파이시한 게부르츠 트라미너(Gewürztraminer)가 가을이 되며 양념이 좀 더 짙어진 음식들과 잘 어울리는데 특히 광어, 갈치, 대하, 전복 요리들과 잘 어 울린다.
레드 와인의 경우에는 시라(Syrah/Shiraz)나 그르나슈(Grenache) 또는 이 둘을 블렌딩한 와인을 우선 추천한다. 가을하면 낙엽냄새와 버섯냄새와 함께 흙 향이 연상되는데 바로 이 가을 냄새를 간직한 것이 론의 시라나 그르 나슈로 만든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시라에는 낙엽향 외에 라즈베리, 블랙베 리, 블랙커런트, 향신료, 타르, 무두질한 가죽, 후추가루(Black pepper), 허브향 등이 난다. 그르나슈는 좀 더 따뜻하면서 화려한 향을 간직하기에 시라가 너무 강하고 무겁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프랑스 남부 론지역이나 랑그독 루씨옹의 그르나슈 와인이나 이들의 블렌딩 와인을 찾으면 된다. 어찌 보면 초가을엔 그르나슈를 그리고 늦가을엔 시라가 더 어울린다고 볼 수 있다. 또는 호주의 그르나슈(Grenache), 시라(Syrah/Shiraz), 무베드르 (Mourvedre)의 첫 글자를 따서 GSM으로 표현된 와인을 선택하면 된다. 미세한 감미도 있어서 구대륙과는 또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라스베리, 야생딸기, 체리, 크랜베리, 장미, 야생조류와 짐승, 거름, 퇴비, 제비꽃향, 송로버섯, 토마토 잎, 블랙티의 향이 전형적인 피노 누아는 그 향에서부터 시라와 함께 또 다른 차원에서 가을과 어울리는 와인이라고 볼 수 있다. 시라에 비해 강하지 않고 부드러우면서 지속적으로 여러 겹의 다양한 향이 올라오므로 사색의 계절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할 수 있는 와인이기도 하 다. 신대륙 피노 누아는 달콤한 향과 함께 훈연 향이나 커피 향이 많이 나는 경우가 많아서 가을에 즐기기에 좋다. 피노 누아 와인들은 닭 요리나 리조또, 버섯요리와 잘 어울리고 비린내가 없 는 삼치 같은 생선구이 등과도 어울리니 가을 캠핑에 필수 와인이라 할 수 있다.
색깔이 피노 누아처럼 옅고 밝은 붉은 색깔의 네비올로는 체리와 송로버섯 향이 특징이면서 라즈베리, 자두 등의 과일향, 장미와 제비꽃향, 풀 향, 흙 향의 미네랄 터치까지 느껴지기에 역시 가을을 연상케 한다. 이 와인 역시 가을철의 버섯과 가지 요리와 잘 어울리고. 캠핑에서의 바비큐, 생선구이와도 잘 어울린다.
이 글에서 소개된 와인 중 한 잔을 놓고 지난 뜨거운 여름의 아름다운 추억을 회상하고 맑은 공기와 함께 붉게 물들어 가는 산천을 그저 멍하니 바라만 보는 여유를 누려보는 것만으로도 올 가을 큰 힐링을 경험 할 수 있을 것이다.
변원규 아영FBC 홍보팀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