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기 누수 감시 장치 등 국산화…지난해, 발전기 수소 누출 감시 장치 개발
A발전소의 발전기에서 냉각수 누수로 인한 권선 절연 파괴로 권선이 용융되어 수십억원의 보수비용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보수기간 동안 발전정지로 인한 손실까지 감안하면 손실비용은 수백억원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런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상의 ‘초기 발견’이 중요하다. 상태감시 기술이 주목받는 이유다. 상태감시 기술이란 설비의 예기치 않은 고장으로 인한 작동불능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경제적, 인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 설비의 운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감시하여 이상 발생 현상을 초기에 감지하여 적절한 조처를 하도록 하는 기술로 최근에 각광받고 있는 상태기반 운영유지(Condition Based Maintenance) 기술의 핵심을 이루고 있다. 특히 화학적인 상태감시 기술은 운전 중인 전력설비의 이상에 동반해 발생하는 열에 의해 이상부 주변의 물질(절연재, 절연유, 가스, 에나멜, 페인트 등)이 분해되어 발생하는 분해생성물을 검출해 이상 여부 및 정도를 진단하며 주위 환경의 영향(노이즈)을 거의 받지 않기 때문에 신뢰성이 높은 기술로 인정받고 있다.
대전에 위치하고 있는 파워켐텍은 2007년 설립된 화학적인 상태감시 기술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회사로, 화학적인 센싱방법을 사용해 운전 중인 전력설비의 상태를 감시하는 장치를 개발 및 판매하고 있다.
이태원 파워켐텍 대표<사진>는 “개발이 나의 삶”이라고 말할 정도로 연구개발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책상에는 연구개발을 위한 서류들이 가득 쌓여 있었으며 책장에도 발전기 이론 등 각종 전문서적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이 대표는 “회사를 창업한 이유도 가장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고 싶었기 때문”이라며 “창업 분야를 고민하던 중 당시 국내 여러 가지 상태감시 기술 중 다른 분야는 기존에 진행되고 있었지만 화학적인 상태감시 기술분야는 기술이 어렵다 보니 황무지였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직장생활을 통해 전력설비에 대한 현장 경험을 가지고 있어 전력분야에서 화학적인 상태감시 쪽으로 하면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창업을 결심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끝없는 도전과 창의적 사고를 통해 기술을 선도하는 기업’이란 슬로건을 내세우며 17년 동안 화학적인 상태감시 기술을 꾸준히 연구개발했다.
이 대표는 “작은 중소기업이 대기업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도전과 창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며 “파워켐텍은 비록 규모 면에서는 다른 회사에 비해 보잘것없는 작은 회사이지만 기술적으로는 외국의 앞선 기업들에 뒤지지 않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이어 “도전과 창의 정신이 충만해 언젠가는 기술을 선도하는 회사가 되겠다는 꿈을 꾸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철학을 담아 ‘발전기 누수 감시 장치’, ‘발전기 국부과열 감시 장치’, ‘발전기 수소 누출 감시 장치’ 등의 제품을 개발했다. 이 대표는 “파워켐텍에서 개발한 제품은 국내에 없거나 외국 제품과 기능은 같지만 외국 제품을 그대로 모방한 제품은 없다”며 “비록 기능면에서는 외국 제품과 같을지라도 성능 면에서는 더 나은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실제로 파워켐텍에서 개발한 ‘발전기 누수 감시 장치’는 외국 제품이 누수 진단 수소 누출량 기준인 0.015m3/day 측정이 어려운 데 비해 그보다 훨씬 낮은 0.003m3/day의 수소 누출량까지 안정적인 측정이 가능해 발전기 누수를 초기에 검출할 수 있다.
파워켐텍의 제품 개발로 그동안 발전기 누수 감시에 사용됐던 외산 제품이 국산 제품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국내 발전소에 32대가 설치돼 운전 중이다. 고무적인 것은 파워켐텍의 개발로 인해 발전소 발전기 유지관리 철학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에는 발전기 누수 상태와 관계없이 O/H 기간에 발전기 누수시험을 해왔지만 지금은 운전 시 누수를 감시해 누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나면 O/H 기간에 누수시험을 하지 않음으로써 보수비용과 기간을 줄이는 발전소가 늘어나고 있다. 발전기 누수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누수를 조기에 검출해 보수함으로써 권선의 흡습 진행을 차단해 돌발적인 사고를 예방하고 발전기 수명연장에도 기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단순히 제품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지속적인 지원을 통해 제품의 성능이 잘 유지되도록 할 뿐만 아니라 발전소에서 관련 분야의 문제가 발생하면 보유하고 있는 정보와 기술을 제공해 해결을 돕는 등 발전사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발전소 운전원들과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제점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관련 분야의 전문지식을 배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런 과정은 지난해 ‘발전기 수소 누출 감시 장치’ 개발로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용량 발전기에서는 수소가스를 냉각가스로 사용하고 있다. 수소가스가 발전소 내로 누출되면 폭발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동안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 발전기 수소가스 누출로 인해 인명과 막대한 재산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 제품은 수소가스 누출을 조기에 진단하는데 사용된다”고 설명했다.
‘발전기 수소 누출 감시 장치’는 수소가스 누출 여부를 감지하는데 중요한 발전기 운전 중 발전기에서 소모되는 수소가스량을 지금까지는 수소가스 압력 강하율로 파악하고 있어 감지가 어려웠다. 하지만 ℓ단위로 알 수 있도록 하면서 배출계통을 통해 배출되는 수소가스량을 감시해 수소가스 소모량이 증가할 때 발전소 내 수소가스 누출 여부를 조기에 진단해 대처할 수 있다.
이 밖에 외국 ‘발전기 국부과열 감시 장치’의 경우 국부과열 발생 여부만을 진단하지만 파워켐텍 개발 제품은 국부과열 발생 여부뿐만 아니라 정도까지 진단하고 국부과열 추이(Trend)를 알 수 있다. 국부과열발생시 추이를 통해 운전자가 발전기의 출력감발 또는 정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한다.
이 대표는 “발전소에서 발전기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기술과 지식을 필요로 하는데 발전기를 담당하는 직원이 모든 분야에 걸쳐 필요한 기술과 지식을 갖추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된다”며 “저희 파워켐텍에서는 발전기 운영유지에 필요한 화학적인 기술분야의 틈새를 메꿔주는 협력자가 되기를 원하며 이를 위해 기술연마에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