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후반 에디슨과 테슬라는 직류(DC)와 교류(AC)를 두고 전력시스템 주도권 경쟁을 했다. 전기를 멀리 보내려면 높은 전압이 필요하지만 당시에는 직류를 변압하는 기술이 없어 전압변경이 상대적으로 쉬운 테슬라의 교류가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전력시스템의 표준이 됐다. 하지만 140년이 지나면서 전력 산업 환경은 급격히 변화했고, 이제는 직류(DC)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태양광, 연료전지 등 직류전원이 급증하고 있으며 전자기기의 디지털화는 직류배전 기술의 장점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전기계를 이끌고 있는 한국전력은 미래 에너지를 선도할 직류 기술 도입 및 사업화를 위해 핵심기술 개발과 트랙 레코드를 확보하는 중이다. 이와 함께 급변하는 전력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 시대를 위한 새로운 전력 공급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DC 기술발전 포럼을 개최하고 한국전력, 전력·가전·건설 산업계,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력 체계인 ‘DC 얼라이언스’ 출범을 알렸다. 그 중심에는 한국전력의 기술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개발 사업 전반을 총괄해 핵심기술 확보, 보유기술 사업화, 연구개발 핵심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기술기획처가 있다. 이창열한국전력 기술기획처장<사진>을 만나 한전이 그리는 미래에너지 시대, DC 시대의 한전의 역할 등에 대해 들어봤다.
기술기획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술기획처는 한전의 기술개발 전략을 수립하고 연구개발 사업 전반을 총괄해 핵심기술 확보, 보유기술 사업화, 연구개발 핵심역량 강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내외 산업·정책 동향을 반영한 핵심 전략기술을 개발해 미래성장 동력을 창출함과 동시에 기술이전, 연구소기업 설립 등 연구개발성과를 활용, 국가전력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또한 발전사, 산·학·연, 글로벌 연구기관 등 국내외 R&D 협력을 통해 기술경영을 선도하고 있으며 기자재 품질확보, 품셈 제·개정, 기술표준화 등 전기공급의 품질과 연관된 전 과정의 제도화를 이끌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술기획처가 달성한 업적에 대해서도 말씀부탁드립니다.
기술기획처는 미래 에너지기술 경쟁우위 확보와 에너지전환 시대 선도를 위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핵심전략기술 개발 및 사업화에 집중 투자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차별화된 기술력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 에너지 구축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세계 최고 효율의 창호형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2023년), 해상풍력 발전 효율성과 경제성을 극대화하는 해상풍력 일괄 설치 공법(2021년), 여의도 면적 342배 숲 조성 효과가 있는 폐전력기자재 온실가스(SF6) 분해, 발전소 이산화탄소 포집 등 온실가스 감축기술을 개발(2020년)했고, 세계 최대 규모의 3MWth 매체순환연소 플랜트 실증(2023년), 글로벌 Top 수준의 디지털변전소 운영(2023년) 및 전남 서거차도에 저압 직류배전망 독립섬 사업을 실증(2017~2019년)하여 에너지 신기술 트랙 레코드를 확보했습니다. 이러한 핵심기술을 바탕으로 사업화 유망기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해 수익 창출 및 에너지 산업 발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습식 CO2 포집기술 등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고 65개社에 기술무상나눔을 시행했으며, 에너지기업과 연구·교육기관 및 관계기관 등이 한데 모인 빛가람 에너지밸리를 조성(2019년)해 전력산업 동반성장을 견인하고 있습니다. 에너지밸리는전국 최초 공기업형 연구개발 특구로 지정(2020년)돼 에너지신산업 메카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특히 공기업 최초 기술사업화 목적의 연구소기업을 설립(2018년)해 R&BD(사업화 연계 기술개발)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우수기술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전-한전공대-에너지밸리의 혁신 클러스터를 구축해 에너지 기술 연구개발 및 사업화를 위한 협력을 강화했습니다. R&D 경쟁력 강화 및 미래 에너지 기술 선도를 위한 전담 연구기관인 에너지신기술연구소를 신설(2022년)했고, 미국 EPRI, 독일 프라운호퍼 등 글로벌 Top-tier 연구기관과 다각적 협력으로 기술 교류 및 공동 연구를 통해 기술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BIXPO(빛가람 국제전력기술 엑스포)를 기획 및 개최(2015년)해 글로벌 에너지 기술 교류 및 협력 플랫폼을 구축했으며 블루수소 생산기술 등 5건의 핵심 기술이 정부 탄소중립 100대 기술에 선정(2022년)됐고, 한국 최초 IEC(국제표준화기구) 미래기술백서를 발간(2021년)해 한전 보유기술의 체계적인 국제표준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직류배전의 장점과 주목해야 되는 이유에 대해 말씀부탁드립니다.
19세기 후반 에디슨과 테슬라는 직류(DC)와 교류(AC)를 두고 전력시스템 주도권 경쟁을 했습니다. 전기를 멀리 보내려면 높은 전압이 필요하지만 당시에는 직류를 변압하는 기술이 없어 전압변경이 상대적으로 쉬운 테슬라의 교류가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전력시스템의 표준이 됐습니다. 하지만 140년이 지나면서 전력 산업 환경은 급격히 변화했고, 이제는 직류(DC)가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태양광, 연료전지 등 직류전원이 급증하고 있으며 전자기기의 디지털화는 직류배전 기술의 장점을 더욱 뚜렷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교류 대비 전력 손실이 적고 효율성이 높은 직류는 컴퓨터, 서버, 전기자동차 등 고성능 전자기기에 적합하며, 변환 손실을 줄이고 전력 소비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 측면에서도 냉장고, 컴퓨터, TV 등 직류 가전제품에서 인버터 장치를 단순화해 제품 크기를 줄일 수 있으며, 주택 내 전력변환으로 인한 손실을 줄여 전기요금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한전의 직류배전 추진 현황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전은 미래 에너지를 선도할 직류 기술 도입 및 사업화를 위해 핵심기술 개발과 트랙 레코드를 확보하는 중입니다. 저압 직류배전인 LVDC의 경우 지자체, 민간기업 협력으로 상용화를 실증하고 있습니다. 전남 서거차도에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저압 직류배전망 독립섬 실증사업을 진행했으며 교류 대비 에너지 효율이 10% 이상 향상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최근에는 판교의 HD현대그룹 글로벌 R&D센터에 LVDC를 도입해 세계 최초로 DC 빌딩을 상용화했습니다.
2030년까지 랜드마크 LVDC를 공급하는 직류배전 중장기 사업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페로브스카이트 BIPV(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 시스템), 에너지저장장치, 수소연료전지 등 첨단기술을 활용해 한전 경기본부 사옥을 DC 기반의 에너지 자립형건물로 구축할 계획입니다. (특)고압 직류배전인 MVDC의 경우 에너지신사업규제 자유 특구, AC/DC 혼합 배전 네트워크, 글로벌 혁신특구 사업 등 정부 사업 참여를 통해 운영 기술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한전의 DC 사업모델에 대해서도 설명 부탁드립니다.
DC 사업모델은 기존 교류(AC) 시스템과는 차별화된 직류(DC) 전력시스템을 구축해 혁신적인 에너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장거리 대용량 DC 송전, 근거리 대용량 DC 공급, 도서지역 DC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빌딩 DC 공급, DC Town 등 다양한 사업 모델을 통해 미래 에너지 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할 것입니다. 장거리 대용량 DC 송전은 장거리 송전시 전압강하가 발생하고 용량이 부족해 추가적인 송전선로 설치가 필요했던 기존 AC 송전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전압강하와 용량 손실이 적은 MVDC를 적용해 수십MW 전력을 공급하고 태양광, 해상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전력계통과 효율적으로 연계해 재생에너지 활용을 확대하고 전력망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근거리 대용량 DC 공급 모델은 데이터센터와 같은 대규모 전력소비 시설에 직접 DC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기존 AC 시스템에서 발생하는 변환손실을 줄이고 전력 공급 효율성을 극대화해 전기요금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규모 전력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보장할 수 있습니다. 도서지역 DC 마이크로그리드 구축 모델은 기존 AC 시스템과 차별화된 DC 전력시스템을 구축해 에너지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존 AC 시스템에서는 재생에너지로부터 발생한 전력을AC로 변환하고, 다시 DC 부하에 공급하기 위해 DC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에너지 손실이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DC 마이크로그리드 모델은 신재생에너지와 DC 부하를 직접 연계해 이러한 에너지 손실 단계를 줄여줍니다. 이 사업모델을 통해 농어촌 지역의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고 재생에너지 활용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빌딩 DC 공급모델은 아파트, 사무용 빌딩 등 도시 내 건축물에 LVDC Station을 구축해 DC 전력을 공급하는 방식입니다. 이 모델은 내선 설비투자가 선행돼야 하지만, 전기요금을 절감해 투자비를 회수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DC Town모델은 지역 단위의 에너지 자립을 실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시스템 구축을 목표로 합니다. DC 기반 전력망을 구축하고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저장시스템을 연계해 지역 내 에너지 생산, 소비, 저장을 통합적으로 관리합니다. 이를 통해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고 온실가스 배출을 감소시키는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습니다.
한전은 이러한 DC 사업 모델의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통해 시장을 선도하고 지속 가능한 에너지 사회를 구축하는 데 앞장서겠습니다.
DC 배전은 220kV 승압 시절처럼 전력망의 제2의 혁신이 이뤄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많은 투자금액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DC 사업은 전력망 시스템을 기존 AC 시스템에서 DC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사업입니다. 1963년부터 2004년까지 42년 동안 진행된 ‘배전 승압’ 사업과 유사한 혁신적인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1GW 발전기 5개 대체와 에너지 효율을 10% 개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배전 승압 사업은 AC 110V를 220V로 승압해 전력손실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반면, DC 사업은 AC 220V를 DC 380V로 상향시키는 동시에 역률을 90%에서 100%로 개선합니다. 즉 DC 사업은 전력손실 감소뿐만 아니라 전력 시스템의 안정성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배전 승압 사업 당시보다 전력 시설 규모가 2배 이상 증가했으며, 내선 설비 개선뿐만 아니라 LVDC Station 신설 등 변환설비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에 DC 사업에 약 30조원 이상의 투자금액이 필요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DC 사업은 단순한 전력 시스템 변환을 넘어 미래 에너지 시대를 선도하는 핵심 전략으로 장기적으로 기대되는 효과를 고려할 때, 투자 비용 대비 경제성이 충분히 확보될 것이며 다양한 지원 및 투자, 기술 발전 등을 통해 부담을 완화하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최근 DC 기술 발전 포럼과 오픈협의체 DC 얼라이언스 출범을 알리셨습니다. 개최 및 구성 배경과 향후 계획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한전은 급변하는 전력산업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미래 에너지 시대를 위한 새로운 전력 공급 방식을 모색하기 위해 DC 기술발전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산·학·연 전문가가 참여해 재생에너지기반 직류전원 증가, 지역별 분산에너지 활성화 정책수립, IT산업의 급성장 등 최근 전력산업의 주요 변화에 대해 논의하고 미래 전력 시스템에 대한 비전을 공유했습니다. 참석자들은 전력산업 환경변화에 따른 직류배전 필요성을 공감하며 한전이 제시한 직류배전 사업모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한전은 직류시대를 본격적으로 열기 위해 관련 업계와 ‘DC 얼라이언스’를 구축할 계획이며, 기술개발, DC 요금제, 국제표준 등에 공동 대응하고 정부와 산·학·연이 지속 협력할 수 있는 체계 구축에 총력을 기울이는 등 새로운 국가 성장동력을 만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DC 얼라이언스’는 한전, 전력·가전·건설 산업계,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협력 체계로서, 한전은 MVDC·LVDC 설계/운영기술 개발 등 DC 도입 기반을 조성하고 전력·가전·건설 산업계는 DC 핵심기기 개발, DC 가전 실증 및 경제적 효과 검증, 사회적 편익 연구 등 DC 시장 활성화를 담당할 것입니다. 기술기획처는 DC 기술 발전을 위해 중장기마스터 플랜을 수립하는 등 미래 에너지시대를 선도하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향후 계획 및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한전은 교류(AC)에서 직류(DC)로 대체하는 MVDC/LVDC의 기술 상용화에 박차를 가해 미래 전력 공급방식의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전력소비 효율화를 통해 에너지 절감에 기여하며, 궁극적으로 국내 에너지 산업계의 신성장 동력을 창출할 계획입니다. DC 사업의 성공적인 추진을 위해 기술 개발, 규제 개선, 산업 협력, 투자유치 등 모든 요소가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 기업, 시민 사회가 하나 되어 공동으로 추진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앞서 말씀드린 DC 얼라이언스 출범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DC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실증해 고도화하는 등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이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