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전기협회(이하 KEA)는 전력설비에 사용하는 기술기준인 KEPIC(전력산업기술기준)을 1995년 최초로 발행한 이후 원자력산업을 지원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다.
2000년 시범 적용을 시작으로 도입된 KEPIC 원자력 인증 프로그램은 원자력산업 지원을 강화하는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이에 KEA가 발행한 품질보증 자격 및 품질 시스템 인증서는 인증업체의 품질 프로그램의 적절성과 이의 효과적인 이행을 확인하기 위해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쳤음을 나타낸다. 특히 용접 방식으로 압력기기를 제작하는 품질보증 자격인증서 소지자는 KEPIC MN에 따라 제작하고 KEPIC 심볼을 제품에 부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받는다. 또한 재료업체인 품질시스템 인증서 보유자는 압력기기용 재료의 제조·공급 및 인정되지 않은 원재료의 인증과 관련된 조직의 운영, 프로세스 및 서비스가 KEPIC MN 기술기준의 요구 사항에 따라 수행된다는 보증을 제공한다.
부품 또는 재료 제조업체가 KEPIC 인증서 취득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KEA 홈페이지를 통한 관련 정보의 검토 및 수집, 인증제도의 이해, KEPIC 인증신청 업무 범위 결정, 품질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서인 품질 매뉴얼 준비, KEPIC에서 요구되는 경우 공인검사기관과 계약 체결, 품질 프로그램을 시행할 인력의 교육 및 훈련 등을 사전에 완료해야 한다. 이들 중 가장 중요한 업무로 품질 프로그램 문서의 구축을 꼽을 수 있으며 그중에서도 핵심은 품질 매뉴얼의 작성이라고 할 수 있다.
KEA는 20여년 간의 인증업무를 수행해 오면서 KEPIC 인증서를 취득하고자 하는 신규 또는 중소업 체의 경우에는 KEPIC 요건에 대한 이해도가 대체로 부족하고 업체별 편차가 존재함을 인지하고, 이를 완화 또는 해소하기 위해서는 인증 분야별로 전형적인(Typical) 품질매뉴얼(이하 ‘기본형 품질보증매뉴얼 또는 기본형 품질시스템매뉴얼’)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이를 위해 KEA는 2021년부터 KEPIC 제도 및 품질보증 분과위원, KEPIC 인증심사원과 공인검사원으로 구성된 개발 실무그룹인 소위원회를 설치하고, 2021년 3월부터 2022년 3월까지 총 10차례의 개발 및 검토회의를 통해 원자력 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중소기업이 기초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템플레이트 형식의 분야별 기본형 매뉴얼 초안을 개발했다.
원자력 부품산업에 진출하고자 하는 기업은 그 규모별로 총종업원 수가 10명 내외인 소기업부터 수 백명에 이르는 중견기업까지 다양하므로 어느 정도의 규모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으나 여러 차례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최초 진출업체는 100명 이내의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것으로 간주했다. 분야별 기본형 매뉴얼의 각 분야는 위원들의 다양한 견해와 산업계의 의견 청취를 통해 결정했다. 그 결과 원자력 기계, 구조, 전기 및 구조설계의 4개 분야의 품질보증 매뉴얼과 기계/구조 재료분야의 품질시스템 매뉴얼이 템플레이트로 개발됐다. 다만, 공조기기 분야는 기계분야와 전기분야를 함께 적용하므로 별도의 분야로 분리하지 않았다.
분야별 매뉴얼의 구성요소는 KEPIC 해당 요건을 기반으로 하며, 제조/설계자 품질보증 매뉴얼은 품질방침과 18개의 장(Chapter)으로, 재료업체 품질시스템 매뉴얼은 MNA 4300 요건을 기반으로 9개의 장으로 각각 구성되어 있으며, 장별로 작성지침을 추가하여 업체가 기본형 매뉴얼을 회사 조직과 인력,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 범위와 회사의 현재 실정에 맞게 수정 및 보완하는데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도록 했다.
소위원회에서 개발된 기본형 매뉴얼 초안은 이후 약 1년 반에 걸친 KEPIC 품질보증분과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지난 2월에 승인됐다. 승인된 기본형 매뉴얼은 현재 KEPIC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으며 향후 관련 업체에 안내 이메일을 발송하고, KEPIC Week 등 학술대회 발표를 통해 그 내용과 취지를 홍보할 방침이다.
우리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이 있다. 아무쪼록 원자력 산업에 신규 진출하는 중소업체가 KEA에서 제공하는 기본형 품질 매뉴얼을 이용해 품질보증 시스템 프로그램의 골격을 구성함으로써 원자력품질 보증/품질시스템 수립의 목표가 조속히 달성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김승현 대한전기협회 인증제도팀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