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전기연구원장이 전력망에 대한 기고를 한 바 있다. 계통운영의 기준을 완화해 숨통을 열어줘야 한다는 견해였다. 이러한 입장은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감사원 지적으로계통신뢰도의 기술적 기준을 급격히 상향 조정해 혹시 모를 불안정성을 대비해 주어진 망 인프라의 활용도를 낮춘 조치였다. 당시 기억으로 많은 전문가가 우려했으나 행정적인 논리로 관철된바 있다. 이는 혹시 모를 정전 가능성에 대비해 항시 정전상태를 유지한다는 것과 같다.
safety factor를 결정할 때 사고 제로는 비용 무한대를 의미하는 것이므로 경제적인 최적점을 찾는 것이 항상 현명하다. 그러므로 그 당시의 상황과 그 최적점의 바운더리 컨디션이 변화된 것을감안해 이제 계통신뢰도 기준에 대한 새로운 설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동해안에서는 화력발전이 멈추고 있고, 호남에서는 재생에너지가 주춤거리며 경상도에서는 원전의 망 접속이 문제가 되고 있다. 전국이 수급 불안으로 고심하는 상황은 분명 우려할 만한 바운더리 컨디션의 상황인 것이다. 사실 당시에도 과잉규제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였으므로 이제 신뢰도 기준의 정상화라는 것이 적절한 표현임이 분명하다. 물론 당시의 논리도 존중해야 하고, 혹시 운 나쁘게 이번 조치 이후 사고라도 난다면 요즘처럼 무서운 시대에 이를 감내할 간 큰 공무원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계통전문가들도 안전조치를 뒤로 돌리는 것 자체를 싫어할 수 있다. 하지만 밀양사태 이후 계통추가를 사실상 포기해 온 상황에서 현재의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라도 기술기준의 완화조치로 시간을 버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전력망 관련 법제정, 제도개선, 추가건설 등의 조치를 취하기 위한 여유를 확보하는 것은 적절한 망 건설과 운영을 위한 새로운 바운더리 컨디션의 창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여유조치는 현재 논의 중인 11차 전기본, 분산화/분권화, 지역별차등요금제도 등의 여타의 중요한 정책에도 한결 자유도와 완성도를 높여줄 것이 분명하다.
김창섭 전기저널 편수위원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