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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 2024를 통해 본 기술혁신 동향과 전력산업에 대한 시사점
CES 2024를 통해 본 기술혁신 동향과 전력산업에 대한 시사점
  • 이순정
  • 승인 2024.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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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검토 배경 및 CES 소개

가. 검토 배경

최근 인공지능,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 첨단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산업과 업종 간 경계가 사라지는 빅블러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빅블러 현상은 변화 속도가 빨라져 기존에 존재하던 것들의 경계가 뒤섞이는 현상을 의미하며, ‘CES 2024’에서도 확인됐다. 이러한 첨단 정보 통신 기술의 발달은 향후 전력산업에도 예외 없이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CES 2024’에서 드러난 기술 동향이 전력산업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대응 방향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다.

나. CES 소개

CES(Consumer Electronics Show)는 세계 최대 정보 기술 및 가전 전시회로 최근에는 가전을 넘어 다양한 산업군의 제품과 기술들도 소개되고 있다. CES는 미국 소비자 기술협회가 주관하며 매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고 있다. IT, 통신, 자동차, 중공업, 에너지를 비롯한 다양한 기업이 전시회에 참가하고 있으며, 전력 산업이 주목할 만한 혁신 기술도 다수 포함된다. CES 2024는 참가기업 4,000개 이상, 참가자 13만명 이상, 참가국 150국 이상, 기술 카테고리 41개 이상이었으며, 국내에서는 삼성, LG, SK, 현대차, 롯데, HD현대 등을 비롯한 총 772개 기업이 참가했다. 대부분 산업에서 AI를 비롯한 첨단기술을 적용, 지속가능성, 탄소중립 등 전 지구적 공통 과제 해결을 강조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다양한 산업군의 경영진들은 AI를 적용한 자사 신기술을 소개하고 AI를 통한 산업 간 융합과 변화·혁신을 언급했다.

2. CES 2024에서 주목받은 기술과 트렌드

가. CES 2024에서 주목받은 주요 기술

나. CES 2024를 통해 확인된 기술 트렌드

(1) 지능화

인공지능이 복잡한 상황을 스스로 해석하도록 발전해 생산성과 효율성이 극단적으로 향상되고 기술의 완전한 자동화를 추진하고 있다. 즉, 컴퓨팅·GPU 성능, 데이터 저장 등 기술 고도화로 인간의 개입 없이도 의사결정을 하고 성능을 향상하는 등 기계의 지능이 초-고도화되고 있으며, 거대언어모델(LLM) 기반 생성형 AI는 창작, 미디어 콘텐츠 생산까지 폭넓게 활용돼 생산성을 크게 향상, 초-생산성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4년 2월 발표한 ‘산업정책2.0’에서 생성형 AI를 제조 공정 생산성 혁신, 제품·서비스 고도화, 가치사슬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주도할 핵심 기술로 선정했다.

(2) 융·복합화

기술 간, Biz Model 간 결합으로 ①새로운 성능확보 ②부가가치 창출 ③문제 해결 도구와 한계 돌파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AI가 로보틱스 및 메타버스 등의 개발도구이자 개선 알고리즘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기존에 AI와 연관성이 비교적 적었던 건설, 인프라, 중장비 등의 중후장대형 산업에서도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전력 부문에서는 섹터 커플링을 통해 재생에너지 잉여전력 및 출력제한 문제를 에너지산업 틀에서 해결함으로써 국가 차원의 에너지 효율이 향상되고 있다.

(3) 개인화

기술의 발달로 개인별 특징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개인화된 요구를 적시에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특히 모빌리티, 헬스케어 및 스마트홈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할 수 있어 맞춤형 서비스 제공이 가능해졌다. 그러나 개인화가 진전되면 개인이 요구하는 사항도 다양해져 특정 사업자가 모든 요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개인화는 다양한 기술간 융·복합을 촉진할 가능성이 크다.

3. 기술혁신이 가져올 미래 전력산업의 모습

가. 전력산업 패러다임 전환의 가속화

전력산업은 ‘에너지 트릴레마’가 당면 과제로 부상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따라 3D로 소개되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 탈탄소화(De-Carbonization), 분산화(Decentralization)가 에너지 트릴레마 극복 수단으로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으나, 기술적, 제도적 난제와 한계에 직면한 상황이다. 즉, 디지털화는 데이터 분석을 통해 생산과 소비의 예측 정확도를 향상해 전력 공급 안정성을 강화할 수 있지만,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기술과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탈탄소화 관점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로 친환경성을 확보할 수는 있으나, 공급 변동성, 간헐성과 높은 에너지 공급 비용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분산화를 통해 전력망 건설을 최소화하고 적기 전력 공급이 가능하나, 전력망 구성의 복잡성을 유발해 계통 운영에 어려움이 가중되고 비용도 증가하는 난제에 직면해 있다. 그러나 CES에서 나타난 기술 트렌드는 최근 3D가 당면한 문제 해결과 에너지 트릴레마 극복 전략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1) 탈탄소화의 한계·난제 극복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예측하고 에너지 사용패턴 학습을 통해 에너지 사용의 최적화를 유지할 수 있게 돼 공급 안정성을 향상할 수 있다. 또한 섹터 커플링 기술이 고도화 되며 에너지원 간(전력↔가스) 변환 효율이 향상되므로 전기화에 따른 에너지 효율 저하 완화 및 에너지 저장 능력을 제고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에너지 사용패턴을 학습함으로써 에너지 효율화를 지원하고 소비 감축을 유도, 수요 반응 참여를 도모하는 등 고객에게 에너지 컨설팅도 제공할 수 있다.

(2) 분산화의 한계·난제 극복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과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행정절차를 인공지능이 학습해 신속하게 처리하고 재생에너지 효율을 개선함으로써 경제성을 높일 수 있다. 이에 따라 분산전원 확대도 가능할 것이다. 인공지능의 우수한 예측 능력은 안정적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게 되면서 전력망 혼잡도를 완화하는데 기여할 수 있다.

(3) 디지털화의 한계·난제 극복

인공지능으로 방대한 전력망 데이터를 학습해 정보의 비대칭 문제 해소, 정전관리, 설비 오작동 예방이 가능하며, 이를 위해 데이터 기반의 전력망 운영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IoT, 드론 등의 기술을 활용해 설비 데이터를 수집하고 AI,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해 전력 설비의 진단과 유지보수에 활용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블록체인 등 고도의 디지털 위·변조 방지 기술을 적용해 사이버 보안 강화 및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 이슈를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나. 전력산업의 변화 양상

(1) 전력 시스템의 가치사슬별 변화

생산 부문에서는 전력 공급 자원이 무한한 수준으로 확대되고 분산되며, 전통 발전설비의 기술 융합과 운영 효율성 향상으로 활용도가 제고될 것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우월한 연산 능력으로 소규모 분산 전원의 통합·운영이 가능해져 분산 전원의 안정성과 경제성(시스템 LCOE)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상 데이터를 학습 및 분석해 발전량과 소비량 예측의 정확도가 높아지고 출력제어가 정교해져 변동성 재생에너지와 같은 분산 전원 확산을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안정성·환경성·효율성을 강화할 수 있는 CES의 기술을 적용해 기존 전통 전원의 활용 한계를 완화하고 좌초 자산화도 방지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고 발생 시 파급효과가 매우 큰 원전의 경우 인공지능이 과거 수십 년간의 운전 데이터와 절차서 등을 학습하여 안전성을 향상할 수 있고, 발전설비 고장 예측·진단 및 성능관리 등 유지보수에 신기술을 적용해 전통 화력발전 설비의 노후화를 지연시켜 활용성이 커질 수 있다.

수송 부문에서는 기술 고도화로 분산 자원의 무한한 보급과 운영이 가능해져 전력망 복잡성이 극도로 높아지며 적기 접속 요구가 늘어날 것이다. 특히 분산 전원과 다양한 수요자원 연계로 배전망 복잡성은 대폭 커지지만 기술이 문제 해결을 지원하며 의존도가 더욱 커질 것이며, 배전망에서의 공급 자원 연계가 활발해지며 전력수송 개념이 단방향(One-Way)에서 다방향(Multi-Way)으로 복잡하게 변화할 것이다. 송전망 부문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등 분산 발전원 확산에 대비한 망 적기 건설과 지역 간 전력공급 균형·관리가 중요해질 것이다. 또한 송전망 운영 관점에서는 MG·VPP 등 로컬 네트워크 간 전력융통 및 수급 밸런싱 유지의 중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 부문에서는 전력수요의 규모와 패턴 및 소비자의 역할 변화가 예상된다. 전력 소비효율 개선으로 전력 소비 감소의 여지도 있으나 전기화와 새로운 수요의 등장으로 전력수요는 빠르게 증가할 것이다. 특히 전기 자동차 및 인공지능 데이터 센터는 강력한 전력수요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인공지능 서버의 전력 소비량은 기존 서버 대비 최대 3.3배, Schneider Electric) 또한 고객은 그동안 최종 전기 사용자의 역할에 머물렀으나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 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절약하는 공급자 기능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전통적으로 고객은 에너지(전기)를 생산·소비하며 필요할 때 직접 거래도 할 수 있으므로 ‘고객=소비자’라는 전통적 인 개념에서 ‘Prosumer’로 진화하고, EMS 등 전력 소비 효율 개선 설비와 V2G 등 분산 자원 증가로 제로 에너지 빌딩과 같은 에너지 자립 설비들도 늘어날 것이다.

거래 및 유연성 부문에서는 전력 거래 방식 다변화 및 유연성 자원 요구량이 최소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고도의 ICT 및 인공지능 기술을 통한 실시간 거래 및 소규모 자원의 개인 간 거래와 같은 새로운 형태의 전력 거래 방식(시장) 도입이 전망되고, 발전량 및 수요량 예측 기술의 향상으로 거래 주기가 실시간에 근접하는 등 전력 거래와 시장 운영 방식이 고도화할 것이다. 인공지능과 학습· 추론·컴퓨팅 능력의 고도화로 정밀한 전력수요 및 공급의 예측이 가능해져 기존 유연성 자원 체계에도 변화가 예상되며, 수요-공급 예측이 향상되면 적은 예비력으로도 안정적인 계통 운영이 가능해 설비확충 회피와 비용 절감도 가능하다. 또한 스마트홈, Auto DR, Plus DR 등 다양한 수요자원을 전력망에 제공함으로써 ESS와 같은 고비용 유연성 설비 건설도 회피할 수 있다.

(2) 국내 전력산업 지형과 경쟁 양상의 변화

먼저, 산업 지형의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공 지능과 같은 기술이 전력 생산, 유통, 소비에 활용되며 중앙 집중형 산업구조가 해체되고 새로운 사업 기회가 등장하게 될 것이다. 분산화, 지능화에 의한 소규모 자원의 경제성 확보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 대규모 설비의 비교우위가 점차 감소하며 분산 전원 통합 운영, 복잡한 전력망 운영, 수요-공급 예측정확도 향상, 개인 간 전력 거래 등이 가능해져 소규모 자원의 경제성은 향상될 것이다. 또한 고객 요구는 다양해지는 한편, 에너지 소비 효율과 전력망의 유연성을 높일 수단이 늘어나 새로운 사업 기회가 나타날 것이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소비패턴 분석으로 에너지 사용 최적 솔루션 제공, EV·ESS·DR 자원을 활용한 수급 조절 등 시스템 유연성이 강화되고, 에너지 섹터 간, 다양한 서비스 간 융·복합(섹터 커플링)을 통해 국가적 에너지 효율을 개선 및 소비자의 에너지 사용 편의가 증진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기술에 의해 기존 산업구조가 해체되고, 새로운 기회가 등장하며 이종 기업 이 전력산업으로 진출할 수 있게 돼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기존 사업의 확장, 새로운 사업모델 발굴 및 기존 사업 간 융합 등 다양한 모델로 에너지산업에 진출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으로 경쟁 체제가 가속화돼 기술력과 사업 경험을 갖춘 이종 및 해외 기업이 전력산업에 진출하며 경쟁 체제가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이다. 전력산업에 경쟁 환경이 조성되면, 고객 밀착도가 높고 기술을 갖춘 통신·가전·건 설·자동차 등 이종 기업, 타 산업과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기술력·자본력·사업 경험에 가격 경쟁력까지 앞세운 해외 기업도 국내 시장에 진출할 경우 향후 주도권 확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며, 해외에서는 ICT 기반 에너지 신사업을 유틸리티가 직접 수행해 Track Record와 Data를 축적했으므로 국내 시장 진입 시 국내 기업이 받을 충격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사업 창출, 탄소중립 등의 도전과제 달성을 위해 연대·협력을 통한 기술과 BM의 융·복합 및 연대·협력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즉, 이종 기업의 전력산업 진출이 연대·협력을 통한 융·복합을 촉진해 전력산업 효율이 극대화되고 다양한 新 사업모델 개발 등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특히 탄소중립과 같은 사회·환경적 문제 해결 에 있어서는 기술과 사업의 융·복합을 위한 연대·협력이 효과적이며 고객이 단순 전기 소비자에서 생산과 소비를 겸하는 능동적 주체로 변모함에 따라 고객과의 협력을 통해 전력산업 이슈에 대응할 수 있다. 고객이 보유한 BTM 자원(DR, ESS, EV 등)은 복잡해진 배전망에 유연성을 제공해 망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분산화를 촉진하며 AI를 활용해 고객의 에너지 데이터를 학습·분석해 솔루션을 제공함으로써 에너지소비 효율화와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할 수도 있다.

(3) 시스템 효율을 극대화할 초-생산성 시대 도래

인간의 신체적·지적 능력을 보완하고 대체하는 기술에 의한 운영시스템의 무인화(자동화)로 생산성과 효율성이 극대화되고 있다. 설비 건설·점검·보수, 수금·민원·고객 응대 등 핵심 업무에 자동화(AI), 무인화(로보틱스, 드론) 기술이 적용되며 인력을 대체하는 추세이며, 국내에서도 전력 연구원이 전력구 및 변전소 순시 로봇, 송전선로 감시 드론 등을 개발해 전력 시스템 무인화가 진행 중이다. 향후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위험성이 큰 업무부터 차례로 로보틱스, 드론, 메타버스(디지털 트윈)가 대체함으로써 탈-인력화 진행이 예상되고,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고 반복적인 업무를 자동화함으로써 효율성과 품질이 개선될 것이다.

또한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활용해 변동성 자원(재생에너지)의 발전량 예측, 전력 설비 수명 예측, 전력수요 예측 정확도 향상, 에너지 효율 솔루션 제공 등 다양한 부문의 최적화에 활용할 수 있다. WEF에 따르면, 송배전 설비 최적 운영으로 교체·수리 비용 1,880억달러 절감이 예상되며 수요부문 효율·유연성 향상으로 재생에너지 설치비 1조 3,000억달러 절감이 가능하며 고도의 지적 능력을 요구하는 복잡한 의사결정도 생성형 인공지능이 보완·대체함으로써 이러한 기술을 주도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고도의 숙련 인력 위주로 인력 구성이 재편될 전망으로, 데이터 패턴 파악 및 선제적 예측 능력을 활용해 정확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뿐만 아니라 과정도 단축할 수 있다.

기술의 발달은 인간 지식의 한계, 관점 및 편견으로 인해 발생하는 ‘휴리스틱’ 오류를 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기술의 활용으로 최소화할 수 있다. 전력계통(운영·시장 등)은 아직 구성원의 경험에 의존하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고 있어 판단 오류에 의한 리스크가 내재되어 있으나, 미래 전력망은 복잡성이 증대되고 물리적 자산들의 연결이 늘어나므로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정밀한 실시간 분석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즉, 전력 부문은 가치사슬별로 다양하고 수많은 데이터가 존재하므로 인공지능의 충분한 학습을 통해 의사결정의 오류를 최소화하여 전력 공급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장기간이 소요되는 발전소 용지, 선로 경과지 확보, 인허가 취득 등에 인공지능을 활용해 사업 지연을 줄일 수 있다. 원전은 안전성 이슈에 특히 민감하므로 규제와 관련한 방대한 문서의 처리가 요구되며, 이에 따라 AI를 활용한 기간 단축 효과가 크며, 실제로 마이크로소프트와 테라 프락시스는 SMR 개발 승인 관련 규제 문서 정보를 AI가 학습해 인허가 기간을 90% 단축한 사례도 존재한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복잡한 인·허가(행정) 절차를 인공지능과 딥러닝을 활용하여 단축할 수 있으며, 美 캘리포니아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주택용 태양광-ESS 설치에 대한 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시스템(SolarAPP+)을 도입해 기존 12개월이 소요되던 인·허가 기간을 11개월 단축했다.

4. 전력산업에 대한 시사점

가. 전력산업 환경변화에 따른 유틸리티 대응 방향

현재 산업구조가 유지되는 환경에서 첨단 신기술을 유틸리티 본원 사업의(망·판매) 역량 강화에 폭넓게 활용해 산업 효율 향상을 도모할 수 있다. 즉, 인공지능, 머신러닝을 활용한 설비 운영 최적화, 비용 절감, 고객서비스 혁신 등을 통해 전력 공급 안정성과 경제성 극대화를 추진하며, 연계 자원의 확대로 복잡성이 증대된 배전망을 안정적으로 관리·운영하기 위해 AI, 머신러닝을 이용한 고도화된 디지털 역량 확보가 필요하다. 또한 전력산업 난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의 잠재력을 가진 경쟁우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와 R&D 확대가 중요하다.

다음으로는 유틸리티가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Needs를 반영하고 선제적으로 제시할 수 있는 에너지 솔루션 서비스로 사업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 전력산업은 그동안 고객 요청으로 재화(전기)를 제공하는 수동적 거래에 익숙해 점차 다양해지고 있는 고객의 요구와 성향을 충족시키기 위하여 능동적인 사업방식으로의 전환과 혁신이 중요해질 것이다. 이를 위해 국내 제한된 산업 여건 고려 시 새로운 솔루션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해외 시장에서 우선 검증 후 국내 적용을 추진하는 것이 현실적이며, 사업모델 검증 후 국내로 환류하고 국내 사업추진 가능토록 제도 개선 병행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다양한 참여자 진입과 규제 완화에 따라 치열해지는 경쟁 환경에서 부가가치 창출에 유리한 ‘Platform Business’로 사업방식을 전환할 수 있다. 플랫폼은 모든 참여자를 연결하고, 발생하는 데이터를 공유해 생산-소비 효율화·최적화를 위한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장(場)으로 전력산업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와 비즈니스 모델 개발도구 등을 공유, 시스템 효 율화 및 新서비스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러한 플랫폼 비즈니스 환경은 VPP, MG, 섹터 커플링, 프로슈머 등 전력망 유연성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고 새로운 부가가치가 창출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하며 향후 다양해지는 전력산업의 참여자를 시·공간적으로 연결하는 통합 전력 플랫폼을 구현해 국가 에너지 효율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

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유틸리티의 부문별 혁신 과제

전략기획 부문에서는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전사적 전략 수립이 중요하다. 변화 단계별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사업 수행에 필요한 기술과 역량 확보, 조직 구성 전략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새로운 사업모델의 발굴, 기술 개발을 위해 다른 산업, 기업과 효과적인 연대·협력 전략 구상도 포함되며, 디지털 전략 수립과 이행을 관리 할 전담 조직의 역할이 중요해 사업 단위별 임무와 세부 활동 계획을 전사 차원에서 조율도 필요하다.

경영관리 부문에서는 조직문화·인력 운영, 공급망 등 경영관리 부문의 혁신이 디지털 비즈니스의 핵심이다. 새로운 기술과 역량의 학습, 일하는 방식의 변화 등 디지털 혁신의 수용과 적용에 있어 필요한 조직문화 구축이 매우 중요하며, 기술에 의한 인력 대체와 같은 직무 성격 변화 과정에서 기술을 생산성 강화 도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인재의 양성, 확보, 활용 전략 수립과 함께 솔루션 및 플랫폼 비즈니스 성패는 데이터 품질에 의존하므로 데이터 관리에 관한 프로세스 및 인프라 정비도 필요하다.

사업 부문에서는 데이터를 활용한 선제적 고객서비스 제공 등의 다양한 에너지 신사업 개발이 필요하다. 전력 산업은 기존 체제에서 유용했던 원가 중심 서비스에서 탈피해 고객의 요구를 사전에 파악하고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며, 인공지능, 머신러닝을 활용한 데이터 수집, 학습, 심층 분석을 통해 Customization 비즈니스 기회를 포착함으로써 서비스를 개인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빠르게 성장하는 BTM 시장에서 사업모델을 찾고 필요한 기술을 확보, 경제성 있는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분산 전원, 수요자원(DR), 저장 자원(ESS), 모빌리티 자원(EV) 등을 활용한 에너지 신사업 분야의 경쟁력 확보가 필요하다.

기술 부문에서는 향후 극도로 복잡해질 전력망의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Platform Business’로의 전환이 필요하며 디지털 역량 축적이 필요하다. 전력 설비 관리, 유지 보수 부문의 완전 자동화·무인화 확대로 생산성·효율성 향상, 비용 절감, 재난·재해 등의 리스크 대응력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며 전력망이라는 물리적인 네트워크가 ‘Platform’으로 진화하기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데이터 축적, 정보보호 등의 디지털 역량 강화가 필수적이다.

다. 디지털 역량을 활용한 ESG 경영 추진

ESG 정보공시 규제 강화 등 ESG 경영 환경이 크게 변화함에 따라 ESG 경영 활동에 있어 디지털 기술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즉, 법정 공시로 의무화되고 공시 정보 간 비교가능성이 커져 공시 내용에 대한 기업책임이 증대되고 있으므로 ESG 각 항목의 실질적 이행을 위한 비용과 난도 증가로 혁신 기술을 통한 해결 방안 강구가 필요하다. 또한 경영 리스크 및 성과 관리와 소통 증진에 혁신 기술을 적용해 경영 프로세스 효율 및 ESG 공시 신뢰성을 제고할 수도 있다. 리스크 관리 관점에서 는 디지털 분석 도구로 신규 공시기준과 현 상황의 차이, 환경 및 사회적 영향이 큰 경영 활동을 파악·분석해 ESG 공시 대응의 준비도(Readiness)와 위험 요인을 진단하고 대응 전략을 수립할 수 있으며, 성과 관리 관점에서는 ESG 공시 정보의 취득과 생성에서 보고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표준화·자동화된 IT 시스템으로 전환해 프로세스 효율 및 정보의 적시성·정확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순정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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