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에너지 관련 보호무역주의적 조치 대응 방안 점검
최근 국제경제 질서가 ‘탄소중립’을 축으로 급격히 재편되면서 세계 각국이 교역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각종 규제와 지원을 도입하고 있다. 에너지와 통상을 더이상 뗄 수 없게 됐으며 세계 무역 시장과 에너지 안보와도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에너지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경제와 사회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에너지 관련 정책과 조치에 대한 국내 기업의 대응 방안을 점검하고, 우리 산업계가 ‘탄소중립’ 및 ‘산업발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함께 달성하기 위한 지원에 나섰다. 지난달 8일 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와 민간LNG산업협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에너지통상포럼이 서울 강남 한국무역협회에서 개최됐다.
정용헌 교수 “재생 가능 에너지전환, 많은 기회 제공할 것”
이날 포럼은 정용헌 전 아주대학교 교수의 주제발표로 시작됐다. ‘한국의 에너지와 무역 간의 넥서스’란 주제로 발표에 나선 정 교수는 “이란-이스라엘 충돌, 홍해의 후티 반군의 도발 등 에너지자원 수출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은 우리나라와 같이 해외 에너지 수입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가진 나라들에는 경제적, 나아가 국가 안보에도 커다란 위협이 되고 있다”면서도 “기술혁신, 국제 협력 및 지속 가능한 개발의 기회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태양광 패널, 풍력 터빈과 같은 재생 에너지 기술의 국제 거래는 청정에너지로의 글로벌 에너지전환을 촉진하고 녹색 기술부문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며 “기후 변화 문제를 해결하고 재생 가능 에너지원으로 전환해야 하는 필요성은 글로벌 무역 패턴을 재편하고 포용적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진단했다.
정 교수에 이어 이호무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기후정책연구본부장이 ‘우리나라의 에너지 여건과 탈탄소화 방향’이란 주제로 발표했다.
이호무 본부장 “전기요금 현실화 등 국민적 지지에 기반한 정책 추진의지 必”
이 본부장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 에너지 소비의 2.1%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1인당 에너지소비량은 연간 245GJ로서 세계 최상위권에 달한다. 이 본부장은 “세계 10위권의 GDP와 그에 상당하는 에너지 소비량을 나타내는 우리나라는 발달된 제조업의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면서 탄소중립을 달성한다는 과제를 가지고 있다”며 “석유, 석탄, 천연가스가 국내 1차에너지 공급의 83.7%를 담당했고 원자력 발전의 원료인 우라늄까지 포함하면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의존도는 95%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최근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어나면서 전력에만 한정한다면 청정에너지 비중이 원자력 포함 40%에 이르고 있으나 최종에너지 소비의 60%를 차지하는 산업, 그 가운데에서도 석유, 석탄을 대량으로 사용하는 석유화학, 철강 부문은 소비를 단기간 내에 줄이기 어렵다”며 “탄소중립은 장기적으로 큰 사회적 변화를 수반하고 국민적 관심도 점차 높아질 것이므로 관련 비용을 어떻게 나눌 것인지, 화석연료 소비 축소에 의한 부정적 영향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대화가 본격화돼야 한다”고 전기요금 현실화 등 국민적 지지에 기반한 정책 추진의지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윤진영 산업통상자원부 기후에너지통상과장은 “현재 각국의 정책은 기후 문제, 에너지 안보 문제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국보호 산업 정책을 쓰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의 90%를 수입하고 있고 제조업 중심의 우리나라가 외국의 자국보호 산업 정책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LNG가 그나마 청정에너지로 넘어가기 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 과정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야 된다”고 덧붙였다.
김창규 LNG산업협회 부회장이 좌장을 맡아 진행된 토론에서는 김희집 서울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와 김성중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교수는 “탄소중립을 위한 전 세계적인 에너지전환의 노력 속에서 대한민국의 에너지 산업은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고 있다”며 “탄소중립에 대한 에너지전환 노력은 철저히 시장에 기반을 둔 합리적이고 치열한 경쟁 속에서 수행돼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김 변호사는 “에너지정책과 현행 통상규범과의 조화를 모색해야 한다”며 “에너지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신재생에너지(기술)의 자급, 개발(NT 예외, 보조금 지급, GPA 제외 등)을 포함해 통상정책 수립 및 통상협상 과정에 에너지/환경 요소 반영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정인교 본부장 “CFE 인증체계 국제사회와 만들어 가는 中”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를 포함한 각종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환경 조치에 적극 대응해 나아가고 있다”며 “우리 기업의 탄소중립 노력이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무탄소에너지(CFE) 인증 체계를 국제사회와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