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섭 박사는 공학을 해서 그렇겠지만 경제학 관점에서 보면 현재가 최적의 상태인 것이다.”
과거 에너지경제연구원 이회성 박사가 필자에게 해준 말이다. 당시 사단법인 동북아에너지포럼이라는 조직을 시작하면서 인사말을 작성하는 과정에서 ‘바람직한 당위적인 미래의 내용’을 포함시킨 바 있다. 그때 이런 평가를 해 준 것이다.
물론 이것은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한 일반론적인 것임이 분명하다. 요지는 현재의 상태는 과거 여러 조건들에 의해 생성된 최적의 성과물인 것이다.
지금 상황을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재 에너지분야 종사자들은 공공, 민간 공히 상당한 좌절과 무력감을 호소하고 있다. 그리고 그런 것에 대한 지적과 분노 표출이 또 하나의 비즈니스모델이 되어있는 현상도 가끔 보게 된다.
이러한 감성적인 접근이 적절한 것인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다르게 해석한다면 한국전력의 대규모 적자는 다른 국가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한 가장 현명한 임무부여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큰 틀에서 지금의 에너지분야의 불편함과 억울함은 여러모로 불가피한 역할이거나 혹은 에너지분야의 과거 잘못으로 인해 누적된 최적의 상태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냥 정쟁의 수단으로 전락해 피해를 본 우리는 억울하다고 말하는 것으로 현재의 문제를 퉁치기에는 사안이 더 복잡하고 뿌리 깊다. 현재 어려움의 뿌리는 아주 오래된 여러 가지 교만함과 어리석음이 누적된 최적의 결과이다.
전력산업구조 개편 논의와 밀양사태 등을 다루는 과정에서 많이 미숙했다. 정보를 독점해 휴브리스의 함정에 빠진 관료와 독자성을 잃어버린 전문가들의 세속화 역시 문제의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이러한 다양한 조건들이 모여서 현재의 정쟁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전락한 것이다. 따라서 그다지 억울해할 일은 아니다. 담담하게 새롭게 시작하면 될 것이다.
김창섭 전기저널 편수위원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