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하 실무안)이 발표됐다.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까지 원전·재생 발전량 비중을 70.2%까지 늘리고 석탄발전을 10%까지 감축한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와 재생에너지 업계는 물론 원전 업계에도 여러 가지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총괄분과위원장을 맡아 실무안을 만든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사진>를 만나봤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분과위원장으로 활동하신 소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먼저 우리가 어떻게 하면 무탄소전원으로 탄소중립에 접근할 수 있을지 생각하며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모든 에너지원은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원전의 경우 경제성 등과 같은 장점이 있는 반면 주민수용성 문제 등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대로 재생에너지는 주민 수용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간헐성이라는 단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원들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한 후 서로 보완하며 조화롭게 에너지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특히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 있고 조화롭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가장 많이 고민했습니다.
11차 전기본 실무안을 수립하면서 가장 중점을 두신 부분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든 에너지원의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약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더욱 부각시킬 수 있도록 고민했습니다. 이와 함께 설비용량보다는 발전량 기준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설비용량이 아무리 많더라도 발전량이 적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발전량 관점에서 원전과 재생에너지의 균형 있는 확대를 꾀했습니다. 아울러 재생에너지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백업전원의 확충을 동반하는데, 이번에 원전의 탄력운전을 반영해서 백업전원의 규모를 줄일 수가 있었습니다. 백업전원의 비용을 생각할 때 재생에너지 도입의 비용을 원전 이용으로 줄여 두 에너지가 공존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이번 실무안은 원전과 재생에너지가 핵심으로 보입니다.
국민들이 불편 없이 전기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원전, 재생에너지 모두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특히 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높은 비용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는 전기요금 인상으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원전은 용지 확보부터 완공까지 건설기간을 13~14년으로 예상합니다.
이에 전기본에 넣고 싶어도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두 에너지원의 장점을 모두 활용해야 탄소중립도 달성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재생에너지 중 풍력발전이 해외 추세와 비교할때 상당히 떨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면 OECD 평균과 비교할 때 태양광은 70% 수준을 넘지만, 풍력은 10%도 채 안 됩니다. 이에 풍력발전, 특히 해상풍력의 확대가 좀 더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신규 대형 원전 건설 등의 이유로 시민단체들이 전기본 실무안에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이 기존보다 확대가 안 됐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번 실무안에 대형 원전 3기, SMR 1기가 추가됐지만 재생에너지 발전량도 무려 3배가 늘어났습니다. 재생에너지의 경우 설비용량이 아무리 커도 발전량이 작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약 9%수준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에는 재생에너지가 약 30%에 육박하게 됩니다. 이번 11차 전기본 실무안의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하려면 매년 6GW 넘게 증가해야 됩니다. 우리나라 재생에너지 설비 증설의 현재 최대실적은 2020년에 4.6GW 정도입니다. 매년 6GW 증설은 매우 도전적인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원전분야에서도 환영하는 입장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자력업계에서는 COP28에서 2050년까지 원전 3배 확대 서약에 서명한 근거를 내세우며 이번 실무안에 대해 원성이 자자합니다. 제 생각에는 원전을 사실상 3배 늘리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현재 발전량의 3배를 확대하면 원전으로만 국내 전력을 생산해야 됩니다.
이번 실무안의 가장 큰 특징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이번 실무안을 만들면서 새로운 시도로 무탄소전원 입찰 시장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무탄소전원 입찰 시장에는 재생에너지, 원전, 수소발전, 탄소포집을 사용하는 석탄발전 등이 단독으로 참여할 수 있지만 재생에너지와 원전 또는 양수, 원전 또는 재생에너지와 수소발전 등 다양한 무탄소전원들이 결합해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올해부터 1년간 시장 제도를 연구한 후 2025년 시장 개설을 목표로 정부에 권고했습니다. 만약 무탄소전원 입찰 시장이 성공한다면 전원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이 일부 해소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이를 통해 소모적인 사회적 갈등이 해소되고 생산적인 시장경쟁으로 나아가 12차 전기본은 무탄소전원 입찰시장이 더 확대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현재 개발 중인 SMR 1기를 2035년부터 2036년까지 할당했습니다.
2028년까지 표준설계 인가 획득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로드맵에 따라 기술개발이 이뤄진다면 2034년 하반기에 첫 번째 모듈을 넣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며 2035년에 완공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가 우스갯소리로 연구자들 입장에서는 기술개발로 끝난 것이 제일 편안하다고 말합니다. 이번 11차 전기본 실무안에 SMR을 담았으니 개발자들이 목표를 맞추기 위해 기술개발에 최선을 다하길 바랍니다.
SMR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발전자회사가 운영했던 석탄 화력발전소 부지에 SMR 설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원전에 대한 경험이 없어 다소 어려울 수는 있지만 이는 한수원과 협력해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발전소 운영에 대한 경험은 발전자회사들도 많으니 이는 걱정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만약 발전자회사들이 SMR을 운영한다면 재생에너지보다 많은 인력이 필요해 정의로운 전환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038년을 본격적인 무탄소에너지 시대로 접어들 것으로 예상하셨습니다.
실무안에 따르면 2038년에는 발전량 기준 원전의 경우 35%, 재생에너지는 29% 수준으로 두 전원 간의 격차 수준은 불과 6%밖에 되지 않습니다. 현재 두 에너지의 발전량 비율 차이가 20% 수준인데 상당한 개선이라고 봅니다. 2038년 이후에도 이 두 에너지를 축으로 탄소중립으로 나아가야 합니다. 그 외에 기술발전을 통해 수소 전소발전이 합류할 것으로 봅니다. 이런 모든 전원이 조화를 이뤄야만 무탄소에너지 시대를 맞이할 수 있으며 2050 탄소중립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전력망 확충은 전기본 실행을 위한 가장 중요한 사항입니다.
많은 전력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반드시 송전망 확충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주민 수용성, 한국전력 적자 등의 이유로 신규 전력망 확충이 어려운 것은 현실입니다.
우리나라의 전기품질과 공급 안정성은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합니다. 요즘 세상에 필요할 때 전기를 못쓰는 경우는 없습니다. 재생에너지를 늘리면 전력망 확충은 전통적인 발전인 원전이나 LNG보다 몇 배 더 필요합니다. RE100을 하려 해도 남부 지방의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으로 공급해야 합니다. 그러니 전력망 확충은 전력수급계획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관건이라고 하겠습니다.
최근 김성환 의원이 전기본 수립 또는 변경 시 국회 동의절차를 의무화하는 전기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전력수급계획은 2년마다 수정해 나가는 실무적인 계획입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된다면 이는 국회 동의를 받는 과정에서 지연될 수도 있고 행정 낭비가 우려스럽습니다. 대신에 저는 과거 우리나라 에너지정책의 계획과 비전, 전망을 제시했던 에너지기본계획 부활을 제안드립니다. 에너지기본계획에 장기적인 에너지믹스 등이 담긴다면 전기본도 보다 쉽게 수립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내 전력산업의 전망과 함께 국회 및 정부에 당부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국내 전력산업의 전망은 낙관적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탄소중립을 위해 전기화 시대로 나아가면 전력산업의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가장 우려되는 점은 에너지를 보는 시간이 편향적이 된다는 것입니다. 원자력의 반대는 재생에너지, 재생에너지의 반대는 원자력이 아닙니다. 심지어 원자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기반을 만들고 국민의 정부를 거쳐 참여 정부에서 연구개발과 사업이 가장 활발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국민의 정부 시절 당시 대통령으로부터 원자력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서신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런 정신을 이어받아 국회에서 에너지원의 갈등을 증폭시키기보다는 의견을 조화롭게 수렴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길 바랍니다. 이와 함께 전력망 확충 특별법, 해상풍력 특별법,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 등이 22대 국회 초반에 처리됐으면 좋겠습니다.
끝으로 이번에 발표한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이 최종적이라고 말씀드리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실무안을 바탕으로 관계부처가 협의하는 과정과 공청회 등 아직 단계가 남아있기때문입니다. 하지만 총괄위원장으로서 가능하다면 크게 수정 없이 11차 전기본으로 확정되길 바랍니다.
이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