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검토 배경
현재 정부는 2030년 해상풍력 보급 목표를 상향하는 등 해상풍력 사업의 활성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보급이 미흡한 실정이다. 2022년 해상풍력의 누적용량은 0.124GW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3년)’에서 제시한 2030년 목표인 14.3GW의 1% 수준으로 보급이 부진하다. 국내 해상풍력 사업은 2023년까지 발전사업 허가를 확보한 프로젝트가 83개(27.1GW)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의 목표치보다 2배 정도 많지만, 2022년 말 기준 인허가 절차를 완료한 사례는 4건으로 인허가 확보 속도를 고려하면 발전사업 허가 용량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해상풍력 보급 목표 달성 가능성은 불투명하다(기후솔루션, 2023).
제21대 국회는 이러한 현상의 개선과 질서 있고 신속한 해상풍력 개발 및 활용을 위해 2건의 ‘해상풍력 특별법’ 을 발의했다. 두 법안 모두 해상풍력 입지 결정, 사업 프로세스, 사업자 선정을 위한 경매 입찰 등의 내용을 포함하며,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다만, 관련 법안이 통과되지 못해 이에 대한 상세한 내용을 제 시하는 시행령은 부재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가 해상풍력 산업의 활성화에 대한 의지가 강해 제22대 국회에서 ‘해상풍력 특별법’이 통과 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제22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김소희 의원이 ‘해상풍력 특별법’을 발의했다.
본 연구는 향후 해상풍력 특별법이 제정될 가능성을 고려해 국내 해상풍력 프로세스와 경매/입찰과 관련된 제도인 고정가격계약 제도를 검토하고, 해외 해상풍력 선도 국가의 해상풍력 입찰 프로세스와 입찰(경매) 방식을 비교해 국내에 맞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2. 국내 해상풍력 관련 현황
가. 현행 해상풍력 개발 프로세스
국내 해상풍력 사업은 ‘전기사업법’ ‘전원개발촉진법’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등에 근거해 추진된다. 발전사업을 추진하는 개별 사업자는 입지 선정, 계획 수립, 인허가 확보, 건설 등 모든 프로세스를 직접 진행하고, 정부 각 부처는 사업자가 인허가 신청 시 담당 분야에 대해 검토와 승인을 진행한다.
국내 해상풍력 사업은 사업환경 조사부터 착공까지 약 68개월가량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 해상풍력 보급이 지연되는 주요 원인으로 개별 사업자가 모든 프로세스를 전담하면서 다수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지목되고 있다. 또한 사업자와 주민 간의 보상에 관한 견해 차이가 커서 사업자 단독으로 주민 수용성 확보가 어려운 점도 한계로 지적된다. 주민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이 필요하나 관련 제도도 미흡하다. 일부 민간기업은 사업권 선점 후 매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자 발전사업 허가를 획득한 후 의도적으로 인허가를 지연시켜 사업 기간이 장기화되는 사례도 있다고 알려졌다.
나. 현행 풍력발전의 경쟁 입찰제도
현재 국내 해상풍력 관련 입찰(경매) 제도는 ‘고정가격경쟁 입찰제도’가 있다. 이 제도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육성, RPS 의무공급량의 안정적 확보,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의 투자 안정화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됐다. 과거에는 태양광 발전에만 적용했으나, 2022년부터 풍력발전으로 확대됐다. 신재생에너지센터(에너지공단)는 입찰을 통해 일정 기간 고정된 가격으로 재생에너지를 공급할 사업자를 결정하고, RPS의무사업자와 REC 매매계약을 체결한 후 전력 및 인증서를 공급한다. 입찰을 통해 선정된 사업자는 전력(시장)과 REC(RPS의무사업자) 거래를 통해 고정된 수입을 확보하게 된다.
신재생에너지센터의 공고에 따라 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하며, 풍력 입찰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낙찰자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한다. 신청자는 입찰에 참여하기 위해 입찰 참여 자격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입찰 참여는 발전 사업허가를 확보하고 환경영향평가가 완료된 프로젝트만 가능하고, 발전차액지원(FIT) 대상, 신재생공급의무(RPS)에 따른 설비, REC 거래계약이 체결된 설비는 참여가 불가하다. 사업자 선정 후 특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 하거나 위반한 사업자는 3~5년간 참여가 제한된다.
고정가격계약의 평가 기준은 가격 기준(60점)과 비가격 기준(40점)으로 구성된다. 가격 기준은 입찰가격을 평가하고, 비가격 기준은 주민 수용성, 산업·경제효과, 국내 사업실적, 사업 진행도, 계통 수용성을 평가한다. 가격 기준과 비가격 기준의 점수를 합산해 평가한다.
3. 해외 주요국 해상풍력 입찰(경매)제도 도입 현황
전 세계적으로 해상풍력의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해상풍력의 발전 용량은 최근 10년간 연평균 21%씩 성장하면서 2022년까지 누적 설치된 용량이 64.3GW이다. 2021년에 새롭게 추가된 용량이 21.1GW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2022년에는 8.8GW로 두 번째로 많은 설비가 건설됐다(GWEC, 2023). 세계풍력 에너지협회(GWEC)는 인플레이션, 자본비용 증가, 공급망 문제로 인해 단기적으론 보급에 불확실성이 있지만, 점차 이러한 문제가 해소되면서 2028년 40GW, 2032 년 60GW 규모로 신규 건설이 이뤄져 향후 10년간 누적 380GW 규모 이상이 새롭게 설치될 것으로 전망했다.
초기 해상풍력 보급 시장은 덴마크, 독일 등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확대됐다. 덴마크는 해상풍력 발전을 최초로 도입한 국가로, Vestas(터빈제조), Ørsted(유틸리티) 등의 덴마크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의 주요 플레이어로 활 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중국, 대만 등 아시아·태평양 국가(APAC)에서도 보급이 확산되고 있다. 2022년에 신규 발전설비(8.8GW) 가운데 중국이 5.1GW(57.6%), 대만이 1.2GW(17.4%)를 점유하면서, APAC 지역의 누적 용량(34GW, 52.9%)이 유럽(30GW, 47.1%)을 추월했다(GWEC, 2023). APAC 국가인 일본, 호주 등은 해상풍력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계획입지제도를 도입하는 추세다.
이 연구는 해상풍력 선도 국가인 덴마크와 APAC 국가 중 해상풍력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일본, 대만, 호주 사례를 검토했다. 덴마크, 일본, 대만, 호주는 해상풍력 보급 확대를 위해 정부 주도의 계획입지제도와 해당 지역의 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입찰제도를 도입한 뒤 운영하고 있어, 국내에서 합리적으로 제도를 설계하기 위한 시사점 발굴에 활용할 수 있다.
가. 덴마크
덴마크는 1991년 세계 최초로 해상풍력을 건설하고 법률을 통해 계획입지제도를 명시하는 등 적극적인 해상풍력 보급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엔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를 줄이면서 에너지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기존에 있던 2030년 해상풍력 보급 목표 용량(9GW)을 2022년에 12.9GW로 상향 조정했다. 2009년에는 ‘재생에너지 촉진에 관한 법률’을 수립하고 정부 역할을 체계화했다. 이 법률에는 영해와 배타적 경제수역 내 정부의 계획입지 지정 권한을 제시하고 입찰을 통한 사업 진행을 명시했다. 덴마크의 해상풍력 사업은 덴마크 에너지청이 주도해 주요 라이선스 부여, 범부처와의 조율 등 해상풍 력 발전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one-stop-shop’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했다.
덴마크에서 해상풍력 사업은 예비조사, 발전소 건설, 전기생산 등에 대한 인허가 절차를 거쳐 진행된다. 해상 풍력 프로젝트의 주요 인허가 절차는 사업방식(정부 주도, 민간 주도)에 상관없이 동일하다. 다만, 정부가 계획 입지를 통해 사업을 추진하는 정부 주도 방식은 예비조사를 정부에서 담당하는 반면, 민간 주도(개방형: Open door) 방식은 예비조사를 포함한 모든 과정을 민간사업자가 추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정부 주도는 정부가 지정한 해양에너지 구역에서 여러 사업자가 입찰에 참여하면 평가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해 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인 사업 프로세스는 사업 구역 선정, 예비조사, 입찰, 실시계획(환경평가 포함), 건설 및 운영의 단계로 진행된다. 낙찰자는 2way CfD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한다.
덴마크는 원래 입찰 평가 기준으로 입찰가격만을 고려해 평가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확보, 사업 지연이나 사업자 의 반발을 최소화하고자 했다. 하지만 최근 다수의 ‘하한선(1Øre/kWh) 입찰자’가 나타나 추첨으로 사업자를 선정하게 되자 최적의 사업자가 선정되었는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했다. 이에 덴마크 정부는 2023년 6월부터 기존 입찰가격에 사업이익의 사회적 공유, 지속가능성, 사회적 책임 등 새로운 선정 기준을 추가했다. 예를 들어, 선정 기준에 정부에서 수행하는 예비조사 비용의 회수, 공공 자원(덴마크 해역)을 이용하는 해상풍력 사업 이익의 사회 환원 등을 목표로 ‘풍력발전 SPC 지분의 20%를 정부에 양도’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또한 주요 구성요소의 생애주기 환경영향 검증, 터빈 블레이드 재활용, 환경에 미치는 영향의 체계적인 모니터링 등 친환경성을 평가에 반영했다.
경쟁입찰 사업의 낙찰가격은 2010년 이후 지속해서 하락했으며, 최근에는 ‘하한선(1Øre/kWh=1.95원/kWh) 낙찰자’까지 등장했다. 2021년에는 ‘Thor 단지’에서 5개의 하한가격 입찰 사업자 가운데 추첨으로 사업자가 선정됐다. 기술 발전에 따른 발전단가 하락과 사업권 확보를 위한 전략적 입찰의 영향으로 판단된다.
최근 민간 주도로 진행된 프로젝트의 대다수는 ‘사업 중단’이 결정됐다. 덴마크 정부는 2023년 2월 선착순 방식인 ‘개방형 방식’이 EU의 ‘반경쟁적 행위 규제’를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개방형 방식으로 추진되던 33개 프로젝트를 일시 중단시키고 후속 인허가 여부에 대한 검토를 시행했다. 2023년 7월에는 덴마크에서 새로운 ‘해양계획’을 발표했는데, 해상풍력 계획입지 지역이 27개의 ‘개방형 방식’ 추진 지역과 중복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이후 정부는 최종적으로 27개 프로젝트의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고, 이미 예비조사 또는 건설 허가를 받은 6개 프로젝트만 계획대로 추진을 허용했다.
민간사업자들은 ‘개방형 방식’ 사업의 중단이 에너지전환 정책에 역행하고 지역경제 성장을 저해할 것이라는 반론을 제기했으나 정부는 ‘승인 거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는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개방형 방식’ 프로젝트를 중단시켜도 2030년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저해하지 않을 것이라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하며, 앞으로도 ‘개방형 방식’에 대한 불허 방침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 일본
일본은 최근에 해상풍력 보급 목표를 설정하고 정부 주도형 사업을 위한 법체계를 구축했다. 2020년에 발표된 ‘제1차 해상풍력 산업 비전’에서 해상풍력 용량을 2030년 10GW, 2040년 30~45GW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제시했다. 2018년 ‘해양 재생에너지발전설비 정비 관련 해역 이용 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재생에너지 해역이용법)’을 수립해 해상풍력 관련 기본방침, 촉진구역 지정, 사업자 선정 및 점용 지침, 인·허가, 이해관계자 참여 등의 방법을 제시했다. 2019년에는 ‘촉진구역지정 가이드라인’과 ‘일반해역에서의 점용공모제도 운용지침’을 통해 세부적인 기준과 절차도 마련했다.
일본은 재생에너지 해역이용법의 도입을 통해 정부 주도의 입지 지정과 경쟁 입찰을 의무화했다. 정부는 3단계 입지 선정 절차를 거쳐 해상풍력 사업에 합당하다고 판단되는 지역을 선정, 사업자 공모를 통해 경쟁 입찰을 진행해 사업자를 선정한다. 사업이 실제로 진행되는 촉진 지역은 환경성, 경제성, 망 연결 등을 고려해 지정된다. 정부는 촉진지역마다 사업기간, 설비용량, 공급가격 등에 대한 개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사업자를 공모한다. 지자체는 지역 현황에 대한 파악을 바탕으로 입지를 발굴하고, 이해관계자와의 의견수렴 및 조정 과정, 입찰 평가에 참여한다. 사업자는 가이드라인을 반영한 점용계 획을 제출하고 정부의 적정성 심사와 제3자 위원회의 평가를 거쳐 낙찰자로 선정된다.
일본 정부는 입찰 평가 시 ‘입찰가격’과 ‘사업 실현성’을 동일한 배점으로 고려한다. 입찰가격은 시장가격과 프리미엄(보조금)을 합산한 입찰가격이 낮을수록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방식이다. 1라운드에서는 FIT(Feed in Tariff,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적용했으나, 2라운드에는 전력수급·가격에 따라 발전소 운영을 최적화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FIP 제도를 도입, 기존 FIT 적용 사업도 FIP 전환을 허용했다. FIP의 프리미엄은 ‘입찰시 제시한 운영 시점’부터 ‘정부의 보증기간’ 동안 적용되며, 사업자 귀책사유로 운영 시작이 지연될 경우 종료일은 연장되지 않는다.
사업 실현성 항목에는 ‘사업실시능력’, ‘지역협력’, ‘경제적 파급효과’ 등이 포함된다. 1라운드는 절대평가 방식이었으나 만점이 어렵고 평가점수 차이가 작아 2라운드는 상대평가로 변경됐다. 1라운드에서 낙찰자의 완공 예정일이 ‘제6차 에너지기본계획’의 목표보다 늦어지자, 2라운드부터 ‘사업실시능력’에 ‘사업수행속도’ 항목도 추가됐다. 2라운드에서는 발전소의 가동일이 ‘사업자가 입찰시 제시한 예정일’보다 지연될 경우 보증금을 몰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중대재해 등으로 인한 경우에만 예외로 두고 있다.
일본은 2라운드부터 사업자의 입찰 규모를 제한하고 항만 이용 조정 등도 시행하고 있다. 1라운드에서 모든 구역을 ‘미쓰비시 컨소시엄’에서 낙찰받자, 2라운드부터는 각 사업자가 라운드별로 입찰할 수 있는 용량을 1GW로 제한해 여러 사업자가 낙찰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낙찰된 사업자들이 동일 항만을 이용할 계획인 경우, 입찰 평가 결과에 따라 우선 이용 사업자를 결정하고 순위가 밀린 구역은 사업자에 대한 재평가를 시행한다. 현재 일본에서 1라운드와 2라운드 입찰이 진행됐으며, 두 라운드 모두 입찰자 선정이 완료됐다. 2021년 12월에 발표된 1라운드 입찰 결과를 보면 3개 해역(총 1.68GW)에서 모두 미쓰비시 컨소시엄이 낮은 입찰가격을 통해 낙찰받았다.
2라운드는 2022년 12월부터 2023년 6월까지 4개 지역에서 각각 300~700MW 규모(총 1.8GW)의 입찰이 진행됐다. 2023년 12월에 3개 지역에서 사업자 결정이 완료됐고, 2024년 3월 나머지 1개 지역(Akita HappoNoshiro)도 결정이 완료됐다. 2라운드에서는 FIP 제도에 따라 입찰가격과 무관하게 시장가격 수준의 수익을 확보할 수 있어 하한선(3엔/kWh)에서 입찰이 발생했다. 다만, Sakai-Enoshima 지역은 지형적 영향으로 공사비가 비싸 입찰가격이 높게 형성됐다.
<다음호에 계속됩니다>
이성재 한국전력공사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