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에게 ‘전통주’ 하면 조상의 조상, 그 조상의 조상이 마신, 아주 오래전부터 마셨던 술이라 생각할 것이다. 당연히 떠오르는 이미지를 물어보면 ‘올드 (Old)하다’ ‘나이 들어 보인다’ ‘세련되지 못하다’ 등을 이야기할 것이다. 최근에는 이러한 분위기가 변해 전통이라는 것이 힙할 수 있다는 이미지가 만들어지면서 전통주를 찾는 젊은층이 늘어나고 있다. 전통주 박람회를 가면 80~90%가 젊은층이며 그들이 다양한 전통주를 마시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가 아는 술의 대부분은 맥주, 소주(희석식), 막걸리가 전부였다. 과거 와인, 사케, 위스키 등 다양한 술들이 있었지만, 방송에서나 보았지 주변에서 마시는 것을 보는 일은 드문 일이었다. 지금은 경제 성장과 함께 엄청나게 다양한 주류 종류를 마시고 경험할 수 있다. 맥주, 소주, 와인 등은 하나의 주종을 나타내는 단어이다. 하지만 우리가 이야기 하는 ‘전통주’라는 단어는 주종을 나타내는 단어는 아니다. 그렇다면 ‘전통주’는 무엇을 분류하는 단어일까?
현재 주세법(주류를 관리하는 법)상에 전통주를 3가지의 경우로 분류해 놓았다. 이를 간략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가. 「문화유산법」에 의해 무형유산 보유자 주류(국가 또는 지방 무형유산 술)
나. 「식품산업진흥법」에 따라 주류 부문의 식품명인이 제조하는 주류(식품명인 술)
다. 「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에 따라 농업인 또는 농업경영체에서 지역의 농산물을 이용해서 제조한 주류(지역특산주)
※ 자세한 내용은 국가법령정보센터(www.law.go.kr) 주세 법을 참고하면 된다.
현재 무형유산과 식품명인은 전통주로 인정받기가 어렵다. 무형유산 술은 국가유산으로서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역사와 전통성이 있어야 한다. 식품명인 역시 20년 이상 술을 만들었다는 증빙 등 까다로운 절차로 인해 인정을 받는 수가 매우 제한적이다. 반면 지역특산주는 농업인이거나 농업경영체를 운영하면 누구나 받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면허를 신청하는 것이 지역특산주를 바탕으로 한 전통주이다.
전통주 면허를 받았을 때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대표적으로 주세 감면과 온라인 판매의 혜택이 있다. 전통주에 속하면 주세를 50% 감면받을 수가 있다. 탁주의 경우 그 혜택이 크지 않지만, 증류주와 같은 고도주의 경우 50% 감면은 주세를 36%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또한 코로나19 시기에 온라인을 통해서 집에서 전통주를 주문해서 마실 수 있는 것이 큰 혜택이 되면서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는 급성장했다. 전통주에 다양한 지원 정책이 생긴 이유를 보면 씁쓸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전통주는 대부분 수입 농산물보다 비싼 국산 농산물을 사용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이러한 원료 등의 가격차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혜택을 준 것이다. 특히 대부분의 전통주 업체가 영세함으로써 다른 주류와의 경쟁력에서 약하다는 인식에서 주어진 인센티브인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익숙한 ‘전통주’라는 단어가 오래 전부터 있던 단어는 아니다. ‘전통주’라는 단어가 신문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81년 12월 3일 조선일보이다(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기준). 그것도 1981년에는 세 번만 언급이 됐다. 당시에는 전통주라는 이름보다 토속주(土俗酒)나 민속주(民俗酒)가 보편적인 명칭으로 신문에서 더 자주 등장했다. 1986년께 3개의 술이 처음 무형유산으로 지정되면서 전통주라는 단어가 조금씩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올림픽을 계기로 가양주 중 중요한 술을 양성화하기 시작하면서 일반 술과 다른 개념으로 ‘전통주’라는 단어가 사 용되기 시작했다. 1996년까지는 매년 10번 정도 신문에 거론되던 전통주라는 단어가 1997년 33건으로 증가하게 된다. 바로 백세주라는 술이 인기를 끌면서이다. 이때부터 사람들에게 ‘전통주’라는 단어가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과거와 다른 다양성과 재미있음이 전통주에도 나타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과거 전통주에는 병부터 라벨 디자인까지 젊은 소비자가 즐기기에 어려운 엄숙함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제 대부분의 전통주는 엄숙함에서 벗어나려 하고 있다. 전통이라는 엄숙함에서 벗어난다면 전통주는 더 발전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을 수 있을 것이다.
이대형 박사(경기도농업기술원 연구사)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