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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현역시대를 위한 노동법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평생현역시대를 위한 노동법제도 개편 방향과 과제
  • 권혁
  • 승인 2024.08.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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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경우 2000년에 65세 인구 비율이 이미 7%를 초과했고, 2018년에는 65세 이상의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14.3%를 넘어섰다. 이미 초고령사회(Super-Aged Society)에 이르렀고 2050년에는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40%를 초과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러한 한국사회의 초고령화가 보다 심각하게 비춰지는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OECD 국가 중 가장 낮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대안은 분명하다. 노동시장에서 고령자계속고용이다. 지금껏 우리나라 노동시장에서 고령자는 늘 찬밥 신세였다. 50대 이후 조기퇴직자가 다수 발생해 왔고, 이들은 대부분 영세자영업자나 임시고용일자리에 취업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노인 빈곤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사회 인적 자본에 대한 손실 문제를 더 심각하게 보아야 한다. 신체적 건강성은 물론이고 고도의 숙련성을 가진 인력을 정년에 도과했다는 이유로 노동시장에서 배제하는 것은 큰 사회적 손실이다. 게다가 저출생에 기인한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로 인해 그러한 사회적 손실이 가중되는 악순환을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게 됐다. 정년연장을 포함한 고령자계속고용에 관한 법제도적 논의가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된 이유다.

이제 우리는 평생 현역으로 살아가야 하는 시대를 맞이하게 됐다. 그렇다면 일자리의 패러다임부터 변화시켜야 한다. 일자리는 단순히 생계유지를 위한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일자리는 인간으로서 자신의 인격을 실현하는 수단이요 방식이다. 헌법 제10조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해두고 있다. 일자리 정책 그중에서도 특히 고령자 일자리 정책은 인간의 본질적 기본권으로서 행복추구권과 인간의 존엄성 보장원리와 맞닿아 있음에 주목해야 한다. 일의 기회는 고령자에게 다른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를 지속하게 만들 수 있는 매개가 되기 때문이다. 고령자에게 있어 사회적 고립은 매우 경계해야 할 대목이다.

이제 남은 것은 고령자계속고용의 방법론이다.

제도 설계 방향은 명확하다. 고령자계속고용에 관한 제도 체계가 단순히 국가지원과 기업의 배려를 염두에 두고 설계되어서는 안 된다. 기업의 배려 또는 은혜에 의존하는 정책과 제도는 결코 지속가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고령자계속고용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고령자에 대한 일자리 제공이 고령자 스스로는 물론이고 기업에도 매력적인 기회로 보여야 한다. 정년 이전 청년노동을 염두에 둔 노동법 체계와의 차별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특히 현행 노동법 체계는 정년제도를 법제화해 두고 있다. 정년에 달하면 근로관계는 당연히 소멸하는 것으로 설계해 두고 있다. 따지고 보면 정년 이후의 고령자계속 고용은 법제도적 측면에서 보면 입법흠결상태에 놓여 있는 셈이다.

우선 고령자계속고용에 관한 한 연령만을 기준으로 한 고령자개념 설정은 타당하지 않다. 1980년 고령 근로자의 국제노동기구(ILO) 제162호 권고는 고령 근로자에 대해 ‘고령화로 인해 고용 및 직업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모든 근로자’라고 정의하고 있다(제1조 제1항). 그렇다면 향후 고령자계속고용제도의 설계는 연령에 상관없이 사회적 보호 필요성에 연동시킬 필요가 있다.

다른 한편 근로시간과 장소에 있어 유연성을 확대함으로써 미래노동에 대응하는 것은 고령자의 계속고용정책에도 부합하는 일이다. 근로시간과 장소에 대하여 고령 근로자의 선택권을 넓혀줘야 한다. 또한 임금 체계는 성과와 생산성에 비례하도록 설계돼야 한다. 그것이 세대별 고용에 있어 공정성을 담보하는 방법이다.

나아가 고령자로 하여금 업무상 재해의 위험을 최소화 시킬 수 있는 제도적 정비도 서둘러야 한다. 일과 건강은 반드시 양립돼야 하기 때문이다. 고령자에게 있어 산업 재해의 위험이 비례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고령자의 신체적 여건으로 업무상 재해의 위험이 높다는 사실 그 자체가 고령자계속고용정책의 장애물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고령자계속고용을 위한 새로운 안전기준과 보건정책이 모색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생산성을 가진 일자리의 발굴도 중요하다. 신체적 역량상 기존의 일자리를 지속하는 것이 어려운 고령자의 경우 후배 근로자들에 대한 숙련성을 학습시키는 일자리로의 전환을 제도화한다거나, 해당 작업에서의 안전보건멘토로서의 역할부여를 통해 계속고용을 지속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같은 맥락에서 장애인 고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지원 또는 보조적 일자리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제 일자리와 연령을 단호하게 분리시켜야 한다. 단순히 기존 노동법 체계의 수정과 보완하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평생 현역으로 살아야 하는 노동 시장을 염두에 두고 새롭게 노동법 체계를 구축해야 하는 시점이다. 이를 두고 과도한 이데올로기 논쟁이나 기득권 지키기에만 몰두할 수는 없다.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그리고 심각하게 초고령사회의 위기는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mail protected]

 

[참고문헌]

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 2017~2067년’, 2019,

손종칠, “중고령자 은퇴 및 은퇴 만족도 결정요인 분석”, 『노동정책연구』, 제10권 제2호 20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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