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기공사 현장은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감전과 떨어짐 등 위험도와 근로 강도가 높아 젊은 인력들이 기피하기 때문이다. 한국전력은 인력난을 해결하고자 우선 현장 안전도 높이기에 나섰다. 절연스틱작업을 전면 확대했으며, 휴전 작업 정착화에 발 벗고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근로자 연령제한을 폐지했다. 근로자가 건강하다면 정년 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이를 통해 전기공사 근로자 인력 Pool 확대의 효과를 기대하고 더 나아가 초고령화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 사회 전반에 좋은 선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에 따라 한국전력 안전처의 새로운 역할과 기능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안전처를 이끌고 있는 곽상영 안전처장을 만나 안전문화 확산을 위한 노력, 연령제한 전면 폐지의 기대 효과, 앞으로의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안전처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안전처는 발전사 분사 이전부터 전력산업의 안전을 총괄하던 조직으로, 최근에는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의 제·개정에 발맞춰 새로운 역할과 기능을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현재는 안전&영업배전부사장 소속으로 2실 3부 1담당 체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부서별로 각각 중대산업재해 예방정책 기획, 안전수칙 등 제도 운영, 현장 안전점검 및 컨설팅 운영, 중대시민재해 예방 및 재난관리, 보건 및 환경관리, 그리고 전시 비상대응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안전처는 한전의 안전, 재난, 보건 업무의 컨트롤타워로서 협력회사를 포함한 근로자의 재해 근절과 시민재해 예방에 많은 역량을 집중해 업무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근 안전처의 주요 업적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중처법 시행 이후 안전경영체계 전반에 대해 Redesign을 추진했습니다. 한전은 전력설비와 건설현장이 전국 단위로 산재해 있어 관리 범위와 대상이 타 기관 대비 월등히 많고, 안전관리 여건도 녹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경영진의 강력한 안전경영 의지와 관심을 기반으로 안전보건 경영방침 제정, 안전 조직·인력 확충, AI 활용 스마트안전관리시스템 도입, 전주기 안전 평가제도 개선 및 안전정책 환류 강화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했습니다. 특히 올해는 정부와 협업해 전력그룹사 산업재해예방 결의대회를 주도하고, 안전보건공단과 MOU를 체결해 전력산업계의 안전문화 확산에도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결과, 자기규율 예방체계가 협력회사까지 확산 정착되고, 산업재해도 점진적으로 감소하고 있습니다.
재난분야에서도 정부가 주관하는 재난관리 및 안전한 국훈련 평가 결과, 에너지분야 공공기관 최초로 6년 연속 최고등급인 ‘우수’를 달성했으며, 정부가 인증하는 ‘재해경감 우수기업’ 인증을 달성한 92개 기관 중 ‘우수기관’으로 선정되는 성과를 거뒀습니다.
최근 전기근로자 연령제한이 전면 폐지됐습니다.
한전에서는 전기공사의 전문성을 유지하기 위해 기능 인력 자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한전 공사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기능인력 자격을 보유해야 합니다. 배전분야는 지난 2020년도에 연령제한을 폐지했지만, 송변전분야는 연령제한을 유지하고 있어 일정 연령 이상이 되면 기능자격 만료로 공사 참여가 불가했습니다.
우리나라도 일본과 같이 곧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앞두고 있습니다. 초고령화 사회를 대비해 단순히 연령이 근로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되며, 보다 유연한 기준의 운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체력과 건강 상태는 사람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 주변을 보면 환갑을 훨씬 넘기고도 건강을 유지하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이에 한전이 대표 공기업 으로서 근로 기준에 있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자 전기근로자 연령제한을 전면 폐지하게 됐습니다.
전기근로자 연령제한 폐지 후 기대효과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연령제한 폐지로 송배전 전기근로자가 일정 수준 이상의 체력과 건강을 유지한다면, 한전 공사에 지속 참여가 가능합니다. 이번 제도 개정으로 한전과 협력회사는 전기공사 근로자 인력 Pool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전기공사 근로자가 스스로의 체력과 건강 유지에 관심을 갖고 관리하도록 유인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며, 조금 더 큰 관점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초고령화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 사회 전반에 좋은 선례가 되길 기대합니다.
근로자가 계속 근무할 수 있는 기준 신설 시 가장 우선시 될 점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전기공사는 일반 공사와 달리 감전과 떨어짐의 위험도가 높은 공사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정 수준 이상의 체력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현재 배전분야 기능자격의 경우 국민체육진흥공단의 국민체력인증서를 증빙으로 제출받고 있습니다. 배전 분야 사례를 참고해 송변전분야도 국민체력인증서 검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체력에 대한 객관적 증빙 외에도 체력과 건강의 지속적인 유지 여부도 중요한 사항입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기능자격 갱신주기를 연령에 따라 차등 적용해 연령이 높은 근로자에 대한 증을 보다 촘촘하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예를 들어 현재 기능자격은 5년 단위로 갱신하고 있지만, 일정 연령 이상 시 갱신 주기를 2~3년으로 단축해 체력과 건강 유지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예정입니다.
고령 근로자 대상 안전보건 특별 지원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번에 연령제한을 폐지하면서 다양한 사례조사를 통해 우리 주변에 고령 근로자 대상의 맞춤형 교육프로 그램이 아직 부족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한전은 고령 근로자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재해(넘어짐, 떨어짐) 와 질환을 예방할 수 있도록 온라인 교육 영상을 제작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고령 근로자를 대상으로 체험형 안전교육 지원도 점진적으로 확대하고자 합니다. 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고위험 작업 안전수칙 및 주요 질환에 대한 예방조치가 담긴 브로슈어를 제작, 배포할 예정입니다.
협력회사 안전관리 이행사항을 평가하고 우수한 협력회사를 선발하는 시상제도를 실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시행하게 된 배경과 첫 실시 후 현장 반응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올해부터 50인 미만 기업까지 중처법 적용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한전과 계약 중인 대부분의 협력회사들이 대상이 됐습니다. 한전은 협력회사가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조기에 확립하도록 유인하기 위해 안전활동에 동참하는 협력회사에 대한 격려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이에 모든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안전관리 우수협력회사 공모를 시행했으며, 안전관리 이행사항을 평가했고 이 중 38개 안전관리 우수협력회사를 선발, 시상식을 가졌습니다. 그 자리에서 어느 대표자께서는 “안전 관련으로 매번 제재만 받다가 이렇게 우수기업으로 선정되니 매우 기쁘고, 앞으로는 더욱 적극적으로 안전 관리 활동을 챙기겠다”라고 소감을 공유하기도 했습니다. 한전은 앞으로도 매년 우수 협력회사를 선발하고 다양한 보상방안을 마련해 협력회사와 함께 산업 재해의 근원적 예방을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향후 계획 및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전처의 목표는 우리 직원들과 협력회사 근로자 모두의 무재해입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앞으로 근로자 모두의 안전의식 수준이 높아져 내재화되고, 스스로 안전관리를 할 수 있는 자기규율 예방체계를 갖출 수 있도록 정책을 추진하고자 합니다. 또한 안전관리를 보다 스마트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확대하고, 한발 더 나아가 전력 산업계를 대표해 정부 지원사업의 발굴 및 안전 관련 법령 개정 등 정책 협의를 더욱 활발히 추진할 계획입니다.
이훈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