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이야기 - 동력자원부
아주 오래된 이야기 - 동력자원부
  • 김창섭
  • 승인 2024.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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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전 동력자원부가 존재하던 시절이 있었다. 상공부에서 분리되어 나왔고 에너지와 자원을 전담했다. 하지만 다시 두 부처는 통합하게 된다. 통합 과정에서 동력자원부 관료들의 걱정과 우려를 볼 수 있었다. 에너지관리공단(現 한국에너지공단)에 대리로 근무하던 필자 역시 그중의 하나였다.

필자는 에너지 관련 기관들(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관리공단, 에너지기술연구원)을 사전에 통폐합해 적대적으로 통합되더라도 에너지 정책의 근간을 지키기 위해 힘을 키워야 한다는 문서를 만들어 보고한 기억이 있다. 물론 채택되지는 않았지만 동력자원부라는 조직의 향수는 아직도 이곳저곳에 남아있는 듯하다.

시간이 흘러 국민의 정부 시절, 지속가능발전위원회가 구성되고 필자는 에너지분과 총무로 활동하게 됐다. 첫 대통령 자문 내용으로 동력자원부와 상공부 통합에 따른 우려의 내용을 정리해 보고한 기억이 있다. 그 보고의 핵심은 에너지 부문이 가져야 하는 장기 정책 기조가 상공부와의 통합으로 단기 정책화되어 정책의 왜곡과 좌초가 발생할 것에 대한 우려였다.

당시 에너지를 담당하게 된 상공부 출신 공무원들은 동력자원부 공무원들이 문제가 생기면 전화기를 들고 산하기관에 숙제를 넘긴다는 다소 조롱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사실 일견 일리가 있는 지적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이러한 문화는 에너지가 갖춰야 하는 집단지성의 작동방식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유조선과 모터보트의 운영방식이 다른 것처럼 말이다. 경쟁과 혁신이 생명인 일반산업과 달리 장기적인 투자와 인프라 구축을 담당하는 에너지 정책은 오랜 세월 동안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 다소 느리더라도 공감대하에서 우직한 실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탈원전부터 태양광카르텔까지 최근 정쟁화되고 일관성을 상실해 가는 에너지 정책과 그러한 와중에 상처받고 의욕을 상실해 가는 공무원을 포함한 에너지 부문 종사자들을 보면 울분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이를 단지 정치적인 상황만을 탓하기에는 스스로 단기화되고 일관성 상실로 인해 집단지성이 마비되어간 그 간의 에너지 정책 자체의 부족함도 크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 자성해 본다.

남 탓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성찰해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에너지 정책의 근간은 무엇인가.

김창섭 편수위원장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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