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발전이란 상부저수지와 하부저수지 사이의 높이차에서 발생하는 위치에너지를 이용한 수력 발전 중 하나이다. 상부저수지와 하부저수지를 도관으로 연결하고, 저수지간 물을 이동시켜 발전한다. 발전 시에는 상부저수지에서 취수한 물을 터빈을 통해 방류해 전기를 생산하고, 양수(pumping) 시에는 전력망의 전기에너지를 이용, 하부저수지물에 저장 중인 물을 상부저수지로 이동 후 저장해 다음 발전 시에 대비한다. 즉, 간접적으로 전력을 ‘저장’해 이용하는 것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어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라고 볼 수 있다. 다양한 ESS가 개발 및 운영 중이나, 실제로 유틸리티 급에서 안정적으로 장수 기간 운영될 수 있는 설비는 몇 종류의 배터리, 양수발전 등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제한적인 것이 현실이다. 그중 양수발전은 현실적으로 기술 성숙도와 오랜 기간 전 세계에서의 운영을 통해 안정적인 운영 능력이 검증됐다고 볼 수 있다.
향후 변동성 재생발전원의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계통에서 부하 이동(load shifting)을 통한 부하 평탄화와 변동성 대응을 위한 설비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존 정속양수에 비해 양수시에도 출력조절이 가능한 가변속양수발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왔으며, 근래 국내에 도입되는 양수발전 설비형태가 계속해서 가변속양수발전설비로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3개소에서 총 1.75GW 규모의 가변속양수발전소가 건설 중이며, 지난해 12월에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계획된 1.8GW 양수발전 사업자 공모에서도 모두 가변속양수설비로 응찰했다. 본고에서는 가변속양수발전의 기술적 특징과 해외 활용사례와 국내 도입계획을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현재 양수발전에 관련된 전력시장의 시장제도와 수익성 제고 및 가변속양수발전의 특징을 고려한 시장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가변속양수발전 특징
양수발전은 1900년대부터 사용되던 발전 방식이다. 기존 양수발전은 정속양수라고 부를 수 있다. 이는 양수 시에도 일정한 전력을 소비해 하부저수지에 있는 물을 상부로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이와 달리, 가변속양수발전은 영어로 variable speed pumped hydro, 혹은 adjustable speed pumped hydro로 불린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발전 및 양수시에도 출력을 조절할 수 있는 양수발전 설비의 한 종류다. 가변속양수발전에서는 주파수변환기(frequency converter)를 통해 모터-발전기의 속도를 조절하므로, 이로 인해 기존의 양수발전에 비해 발전모드 및 펌핑모드일 때 빠른출력 변동이 가능하다.
구체적으로, 그림 2에서는 설비크기(모터-펌프의 헤드부분 크기)에 따라 각각 발전과 양수 시에 가능한 출력범위를 비교해 제시하고 있다. 그림 2 좌·우측에서는 공통적으로 양수발전의 모터 헤드의 크기와 그에 따른 양수발전의 발전모드 시 출력범위(청색)와 펌핑모드 시 출력범위(보라색)를 나타내고 있다. 우선, 정속 양수발전은 주어진 낙차(head)에서 발전모드로 운영 시 최소와 최고점의 출력범위 사이에서 출력조정이 가능한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발전기의 낙차가 커질수록 최소출력과 최대출력이 조금씩 상승하다 일정수위 이상에서는 그 증가폭이 감소한다. 또한 펌핑모드에서는 발전모드와 달리 주어진 헤드크기에 따른 출력이 고정되어 있는데, 이로 인해 기존의 양수발전은 펌핑 시 소비전력이 고정되어 있다. 이에 비해, 가변속양수발전은 발전모드에서 동일한 헤드크기에서 더 작은 최소출력과 더 큰 최대출력을 보이고 있다. 즉, 출력조정의 범위가 기존의 양수발전에 비해 넓어지게 된다. 또한 양수모드에서도 기존과는 달리 일정부분 소비출력의 정도를 조절할 수 있다(보라색 부분). 이러한 특징을 활용해 펌핑 중에도 순간적으로 소비출력을 조절해 계통에 운영예비력을 제공할 수 있다.
정속양수에서는 양수모드로 운영 시 전력계통의 잉여전력을 일정한 속도로 흡수해 사실상 운영예비력 등 유연성 제공에는 한계가 있다. 이와 달리 가변속양수발전의 경우 양수시에도 출력 중 일부분을 필요에 따라 수시로 변동할 수 있도록 가변속발전기가 적용돼 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정속양수발전기보다 전체 효율이 상당히 개선되는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특히 최대출력 이하로 발전할 때 고효율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가변속 기술의 또 다른 장점은 유효 무효전력의 독자제어가 가능해 계통에서 필요한 전압지원을 필요시마다 제공할 수 있다(국제수력협회, 2019). 정속양수와 가변속양수의 발전시와 양수시 성능비교는 표 1에 제시되어 있다.
가변속양수발전의 세부 기술
가변속양수는 발전기-모터 구동방식에 따라 DFIM(Double Feeder Induction Motor)방식과 CFSM(Converter Fed Synchronous Motor)방식의 두 가지 기술로 세분화할 수 있다. 두 기술은 출력변동 폭, 경제성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며, 이는 결국 정격 컨버터(full converter) 사용여부에 따른 반응속도 및 비용 차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 CFSM 방식에서 사용되는 정격 컨버터로 인해 DFIM 대비 성능이 뛰어나고 빠르고 쉬운 가동이 가능하며 최대 속도(DFIM 제한속도: 동기속도의 ±10%)에 제한이 없다. 기기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경우, 컨버터를 정지형 무효전류 보상장치로 활용해 무효전력을 전력망에 송전할 수 있다. 그러나 해당 장치로 인한 추가비용과 정격 컨버터 사용으로 인한 상대적으로 높은 전력손실률을 보인다. 이로 인해 일반적으로 CFSM 방식은 100MW 미만의 발전설비에 적용되고, 그 이상의 규모에서는 비교적 소형 컨버터를 사용하는 DFIM 방식이 보다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요약하자면, CFSM의 성능은 우위를 보이나 정격 컨버터를 사용해야 하는 제약이 있어 비교적 소형 컨버터를 사용하는 DFIM 방식이 높은 출력에는 더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해외 활용현황
국제수력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175GW의 양수발전 설비가 운영 중이다1). 이 중 양수발전을 정속양수, 가변속양수 등의 세부 형식별로 구분해 놓은 자료가 파악되지는 않으나, 수차제작사 등의 자료를 활용해 볼 때 이 중 약 6.8GW가 가변속양수발전 설비로 파악된다. 이 중 세계 최초로 가변속양수발전을 개발해 1987년에 운영을 시작한 일본의 Narude를 포함한 일본에 약 3.3GW가 운영 중이다. 유럽의 경우 최초의 가변속양수발전을 운영한 독일을 포함해 약 3.5GW가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2). 전 세계에서 운영 중인 가변속양수의 비중은 약 4%로 그리 크지 않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1980년대 일본에서 실증이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활용역사는 약 40년이며 본격적으로 활용이 시작된 시점인 1990년대를 기준으로 한다면 비교적 신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 향후 재생발전원의 증가로 인해 유연성설비로 가변속양수에 대한 관심과 활용은 점차 늘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활용계획 및 안정적 운영기반 마련을 위한 제언
국내 도입 전망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GW의 신규양수설비 도입계획이 최초로 언급된 이후,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펌핑 시 출력이 가능한 설비로 필요 기술을 명문화하고, 2034년까지1.8GW를 도입하는 것으로 조정했다. 이후 한국수력원자력은 영동·홍천·포천 3개 소를 선정하고 건설에 착수했다. 또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변동성 재생발전원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장주기 ESS의 추가필요성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2036년까지 1.75 GW의 신규 양수발전 도입계획을 제시했다. 2023년 12월에는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이행하기 위해 사업자선정을 진행했고, 한수원이 제시한 합천과 중부발전이 제시한 구례를 우선사업자로, 적격기준을 통과한 한수원(영양), 중부발전(봉화), 동서발전(곡성), 남동발전(금산)도 예비사업자로 선정됐다. 해당 사업까지 완료되면 국내에는 총 7GW 이상의 양수발전이 운영되며, 그중 약 절반인 3.55GW는 가변속양수발전이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같이 양수발전 설비용량은 국내에서도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나, 향후 수익성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사료된다.
전력시장 보상제도 개선 방향 제언
일반적으로 발전기의 보상요소는 건설비 등 고정비용 회수를 위한 용량가격, 발전에 소요된 변동비 회수를 위한 에너지가격, 그리고 계통상황에 따라 활용되는 운영예비력 제공 등에 보상을 위한 보조서비스 가격으로 구성된다. 양수발전도 전력시장에서 용량가격, 에너지가격, 보조서비스가격을 정산 받는다. 문제는 양수발전의 경우 1)용량요금은 하루 중 발전가능시간대에 대해서만 대해서만 지급되며 2)에너지 요금은 지급되나 양수시 사용하는 양수동력비용 또한 지불해야 하며 3)운영예비력은 아직 시장제도 개발중으로 인해 수요-공급에 따른 가격 결정이 아닌 기 결정된 단가를 기반으로 정산받는다. 이로 인해, 타 발전원 대비 높은 고정비용이 발생하나, 양수시간동안의 한계가격과 발전시간동안의 한계가격 차가 크지 않다면 양수발전의 안정적인 수익성은 기대하지 어렵다. 실제로 그림 3에서와 같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전력시장에서 일일 최고 시장가격과 최저 시장가격간의 차가 양수발전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일수는 1년 중 절반 이하였다4). 즉, 하루에 한 시간조차도 차익거래로 인한 수익을 얻을 수 없는 일이 대부분이었다는 점이다.
이와 같이 발전-양수시간대의 충분치 않은 가격차와 용량요금의 제한적 적용으로 인해 그림 4에서 제시된 바와 같이 양수발전의 총정산금은 연간 8,000억원 수준에서 2015~2020년에는 연간 약 5,000억원 혹은 그 이하로도 지급됐고, 약 7,000억원의 누적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5). 이후 2022년 시작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가스가격 상승으로 인해 첨두발전시간대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발전-양수시간 간 가격차가 증가했고, 정산규칙 개정으로 용량요금 지급대상 시간이 확대되는 등 상황이 호전돼 2022년에는 양수발전의 총정산금이 1조원을 넘어서며 수익성도 향상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변동성 재생발전설비가 증가함에따라 부하이동 및 평탄화, 유연성 설비의 요구가 증대될 것이며, 이에 따라 양수발전, 특히 가변속양수발전을 활용한다면 저수요 시간대에 양수를 통한 부하창출을 통한 부하이동과 빠른 응동성을 활용한 유연성 제공, 그리고 운영예비력 제공 등을 한꺼번에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상기 논의한 현재의 양수발전에 대한 정산제도 체계로는 가변속양수발전의 수익성을 담보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국내외 많은 연구에서도 차익거래로는 양수를 포함한 ESS의 수익성을 확보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수익을 통해 사업자의 시장참여를 유도하기보다는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보상을 지급하는 방안이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영국 전력계통 운영을 담당하는 National Grid가 2020년 6월 Cruacha 양수발전소(440MW 규모)를 포함한 5개 설비에 6년간 장기계약을 맺고 관성유지를 위한 운영예비력 자원으로 활용해오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도 변동성 재생발전설비가 급증하고 있는 제주도를 대상으로 2023년 8월에 장주기 ESS를 대상으로 장기선도계약시장을 개설해 낙찰자에 대해 15년간 고정가격으로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같이 가변속양수발전에 대해 원가를 보상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을 장기간 제공한다면, 발전사업에는 안정적인 투자유인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고, 동시에 전력계통 운영자는 경제성을 바탕으로 장기간 확보된 설비를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을 위해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조주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원전정책연구실 실장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