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다. 대만
대만은 2050년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해상풍력의 단계적인 보급 목표를 설정하고 법적 기반을 마련하는 등 APAC 지역에서 해상풍력과 관련해 가장 선도적인 국가 중 하나다. 정부는 2025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수립하고 해상풍력의 보급 목표를 2025년 5.7GW, 2035년 20.7GW로 설정했다. 정부는 구체적으로 2026년부터 2035년까지 해상풍력을 총 15GW 설치하며 2026년부터 2031년까지 9GW, 2032 년부터 2035년까지 6GW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부는 해상풍력과 관련된 여러 행정규칙을 통해 정부 주도 해상풍력 사업에 대한 근거를 마련했다.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해 2009년에 ‘재생에너지 개발법’을 제정하고, 부속 규정인 ‘해상풍력발전시연 인센티브’를 통해 해상풍력 보조금에 대한 근거도 마련했다. 여러 행정규칙을 토대로 입지, 사업자 자격, 계통연계용량, 부지 규모 등에 대한 상세한 기준도 제시했다.
대만의 해상풍력 사업은 1차인 실증·시범 사업과 2차인 전환 단계를 거쳐 현재는 3차인 개발 단계가 진행되고 있다.
2차 사업부터 사업지역을 정부가 설정한 ‘잠재지역’ 또는 ‘민감지역 이외’로 제한하고 평가 또는 입찰을 통해 정부가 사업자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특히 3차 사업에서는 정부가 해당 입찰 라운드의 해상풍력 보급 목표 용량을 발표하면, 사업자가 ‘정부가 지정한 민감지역 이외 지역’ 가운데 사업 가능 지역을 발굴해 사업계획을 제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정부는 입찰 평가를 통해 낙찰자를 선정하고 낙찰자는 계약 후 2년 내 발전사업 준비 허가를 획득하고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대만의 입찰 평가(3차 사업 기준)는 ‘자격평가’를 통과한 사업자만 ‘가격입찰’에 참여하는 2단계 입찰 방식으로 운영된다. 자격평가는 기술(60점) 및 재무(40점) 능력 평가, 산업 관련 실시계획(120점)으로 구분된다. 기술과 재무 능력의 합산 점수와 산업 관련 실시계획이 각각 70점 이상이면 적격 판정을 받는다. 적격 판정을 받은 사업자는 가격입찰이 진행되며, 가격입찰 가능 범위 (0~2.49NTD/kWh) 내에서 입찰가격이 낮은 사업자가 선정된다. 동일 가격입찰 시에는 산업 관련 실시계획 점수가 높은 사업자를 선정한다.
입찰 현황을 보면, 2차 사업에서는 ‘선 선정(3,836MW) 후 입찰(1,664MW)’을 통해 사업자를 선정했다. 먼저 참여 희망 사업자를 모집한 후 ‘선정 방식’으로 사업자를 결정하게 되고, 최소요건을 충족했으나 탈락한 사업자들은 ‘입찰 방식’을 통해 잔여 용량을 할당했다.
3차 사업은 ‘자격평가 후 가격입찰’ 방식을 적용했다. 3차 사업의 1라운드는 목표(3GW)에 미달하는 용량 (2.3GW)만 계약되고 사업자 선정도 예상보다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또한 이자율 상승, 인플레이션 등으로 사업비용이 증가하면서 소규모 프로젝트의 경제성이 악화되고 사업자의 재무위험이 커져 일부 사업자는 프로젝트 추진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사업자 선정 완료 시점도 계획 대비 지연(2022년→2023년)됐고, 최종적으로 5개 사업자(약 2.3GW 규모)만 계약이 체결됐다.
현재 대만의 입찰 시장에서는 사업자의 ‘하한선 입찰’이 일반화되고 있으며, 특히 3차 사업에서는 낙찰받은 대부분 사업자가 대만전력 대신 민간기업에 직접 전력을 판매하는 ‘기업PPA(CPPA)’ 계약을 추진했다. 2차 사업과 3차 사업의 ‘입찰가격’은 대만전력에 판매하는 전력의 고정(FIT)단가로 적용이 되는데, 특히 3차 사업은 입찰가격 상한선이 낮아 민간기업들이 대만전력에 판매하는 전력만으로는 경제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이로 인해 3차 사업에서 사업자들은 Zero-bidding으로 사업권을 확보한 후 재생에너지 수요자와 PPA를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방식을 추진하게 됐다.
대만 정부는 입찰 단계를 거치면서 지속해서 대안을 마련하고 있다. 2라운드부터 개발 사업자의 입찰 가능 용량을 500MW에서 900MW로 상향 조정해 사업역량을 갖춘 기업이 더 많은 용량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 정부의 해상풍력 보급 목표를 충족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해상 풍력 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해 신용등급이 낮은 전력구매 민간기업(PPA)에 대한 보증 및 보험을 개발해 제공하고 있다.
라. 호주
호주는 과거에 해상풍력 보급에 소극적이었으나 최근 연방정부 차원에서 관련 법체계를 구축하며 적극적으로 보급을 추진하고 있다. 호주는 과거에 해상풍력 관련 생태계가 구축되지 않아 기술력이 부족했으며, 보급 확대 및 생태계 구축을 위한 연방정부나 주정부 차원의 명확한 정책도 없었다. 하지만 최근 정부에서 해상풍력이 포함된 2030년 재생에너지 발전량 목표로 2030년 총발전량 중 재생에너지 비중을 82%로 제시하면서 해상풍력 구축 가능 지역을 선정하는 등 사업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호주는 2021년 11월 해상 인프라 관련 법안(Offshore Electricity Infrastructure Act 2021)이 통과되며 해양 재생에너지(해상풍력 포함) 육성을 위한 법적 체계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현재 이 법령에 기반한 하위 규칙 (Offshore Electricity Infrastructure Regulation 2022)과 지침(Guideline: Offshore Electricity Infrastructure License Administration – Feasibility Licenses)이 개발됐다.
호주의 해상풍력 추진 프로세스는 정부에서 지정한 해역 가운데 사업자가 특정 구역을 선택해 타당성(Feasibility) 라이선스를 신청하면 정부가 평가를 통해 사업자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구체적인 절차를 보면, 먼저 정부는 넓은 해역을 사업 가능 지역으로 지정하고, 타당성 라이선스 자격을 갖춘 사업자들에게 가능 지역, 신청기한, 요구조건 등이 포함된 초청장을 발송한 다. 사업자는 정부가 지정한 사업 가능지역 가운데 풍력단지 건설을 희망하는 구역을 선정한 후 해당 구역에 대한 타당성 라이선스를 신청한다. 사업자는 사업 가능 지역 내에서 자유롭게 구역(1구역당 700㎢ 초과 금지)을 선정하며, 하나의 사업자가 해당 해역 내 2개 이상의 구역에서 라이선스를 신청할 수 있다. 정부는 희망 구역이 중복되는 사업자들(중복신청그룹)에 대해서는 신청서를 수정하여 다시 제출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정부는 사업자가 제출한 서류를 평가한 후 타당성 라이선스를 발급한다. 라이선스 신청 서류에 기재된 사항은 정성적 방법으로 평가하나, 신청 구역이 중복되거나 평가 결과가 동일한 일부 사업자들은 가격입찰을 진행하게 된다. 라이선스를 발급받은 사업자는 관리계획을 수립하고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는데, 타당성 조사에는 환경영향평가, 이해관계자 협의, 송전망 연결 등에 대한 검토가 포함된다. 사업자는 타당성 조사를 완료한 후 정부로부터 상용화 라이선스를 발급받아 발전사업을 진행한다.
호주에서는 사업자 선정 시 정성적 가치평가 방식을 적용하나 불가피한 경우에는 가격평가도 진행한다. 1단계는 스크리닝 단계로 초청장에 기재된 최소 기준의 충족 여부를 파악한다. 여기서 말하는 최소 기준은 사업자의 적격성, 신청서 양식, 요구 항목의 기재, 사업 구역의 적정성, 평가수수료 납부 등이 포함된다. 2단계인 가치평가는 신청 서류에 기재된 사항의 가치를 정성적으로 평가한다. 다양한 가치평가 기준을 종합하여 평가하나, 가중 치나 점수 등을 부여하지 않고 유연하게 평가한다. 신청 서류가 일정 수준 이상이면 동등한 가치를 가진 것으로 인정한다. 특정 지역에 신청자가 단독으로 존재할 경우 가치평가를 통해 라이선스 부여 여부를 결정하고, 신청자가 다수일 경우 가치평가 순위에 따라 라이선스 대상을 선정한다.
정부는 사업 구역이 중복되고 신청 서류를 평가한 결과가 동등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비공개 가격입찰을 시행한다). 가격입찰 대상자들은 사업권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에 지불하고자 하는 금액(사업권 프리미엄)을 제시하고, 가장 높은 금액을 제시한 사업자가 타당성 라이선스를 취득하게 된다.
현재 호주 연방정부는 6개 지역을 사업가능 지역으로 선정했는데, 빅토리아주 Gippsland에서 입찰 평가가 가장 먼저 진행되고 있다. Gippsland에는 37개 업체가 타당성 라이선스를 신청했다. 6개 업체는 평가를 통과해 다음 단계인 현지 주민과의 협의를 시작했다. 입지가 중복된 6개 업체는 계획서를 수정하면 정부가 다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며, 계획서를 수정한 후에도 중복되는 결과가 나타난 사업자들은 가격입찰을 통해 낙찰자를 선정하게 된다. 12개 업체를 제외한 25개 업체는 입찰 평가 결과 부정적으로 나타나면서 타당성 라이선스 진행이 중단됐다.
마. 국가별 사례분석 종합(소결)
덴마크, 일본, 대만, 호주는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촉진을 위해 중앙 및 지방정부의 역할을 확대하는 추세다. 해외 국가들은 입지 발굴 비용, 이해관계 조율, 복잡한 인허가 등이 해상풍력 발전사업의 주요 지연 요소로 나타나면서 정부가 개입해 사업을 지원할 수 있도록 법률을 제정하고 관련 제도와 가이드라인을 수립하고 있다. 또한 법과 제도에 명시된 정부의 역무를 담당할 전담 기관을 지정하거나 신설했다.
정부가 해상풍력 사업에 개입하는 방식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선도 국가들은 정부가 해상풍력 발전사업을 수행할 수 있는 지역을 선택하고, 연도별로 입찰 물량을 결정해 보급 물량을 조절하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입찰을 통해 ‘사업지역’을 점유할 수 있는 기업을 선정하고, 사업자들의 사업계획이 서로 상충되어 사업 진행에 장애가 우려될 경우에는 사업자 간 중재를 통해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도록 유도한다. 국가에 따라서는 사업자의 입찰 용량을 제한하여 특정 사업자의 독점을 방지하고 해상풍력 생태계가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사업자가 공유해역을 점유하여 얻게 되는 사적 편익에 대한 반대급부로 사회적 편익(국가·지역경제 파급효과 평가, 부지이용료 납부 등)에 대한 기여를 입찰 시 요구하기도 한다. 또한 사업자가 사업계획을 준수하도록 강제하기 위해 보증금을 부과하거나 이행계약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사업자가 안정적으로 전력을 판매할 수 있도록 보험이나 보증 등을 통해 지원하기도 한다.
입찰 과정에서는 가격 및 비가격 평가 기준은 국가별로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덴마크는 입찰가격만 반영하는 반면, 일본은 가격과 비가격 기준을 50:50으로 고려한다. 일본은 가격과 비가격 평가 합산을 사용하나, 대만은 비가격 평가 이후에 가격평가를 진행한다. 일본과 대만은 비가격 기준에 대해 점수로 환산하고 있으나 호주는 비정량적으로 평가한다. 가격 기준은 대부분 ‘최저가 낙찰’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단, 입찰가격을 벗어나 전력을 거래할 수 있는 수단이 존재해 입찰가격과 사업 수익의 연관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대부분 국가는 비가격 기준으로 사업의 원활한 수행 능력, 사업지역 이해관계자와의 상생, 현지화 수준, 경제적·비경제적 파급효과 등을 포함한다. 일본의 사업 신속성, 덴마크의 지속가능성 평가 등과 같이 일부 국가에서는 입찰을 진행하면서 비가격 기준을 차별화하고 있다.
특히 전력망과 관련해 해외 국가들은 사업계획이 확정되기 전에 전력망 연계와 관련된 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은 입지 선정, 덴마크는 타당성 조사 및 이해관계자 협의, 대만은 사업계획 등의 과정에서 송전망 사업자의 입장과 송전망과의 연결 여부를 고려하고 있다. 해상풍력의 원활한 전력망 연계가 확인된 후에야 건설을 착수할 수 있다.
4. 국내 해상풍력 경쟁 입찰제도 설계 시 고려 요인
국내에서도 계획입지제도를 도입한다면 정부의 정책 방향을 입찰 평가 기준에 반영하고 사업자가 이를 고려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 또한 국내 해상풍력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사업성 향상, 인허가 간소화, 원활한 이해관계 조율 등이 진행될 수 있도록 상세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경쟁입찰 도입 시에는 입찰 평가뿐 아니라 사업자 간 계획을 조정하는 과정도 포함돼야 한다.
정부의 입찰사업과 기존 민간사업의 관계에 대한 정립도 필요하다. 민간과 정부의 입지가 중복될 경우를 대비해 사업자의 선행(先行) 권리와 관련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 권리 인정 여부와 기준, 권리 인정에 따른 의무(사업 이행 등) 부과, 권리 불인정 사업에 대한 보상, 보상비용의 부담 주체 등 상세한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정부가 기존 사업자와의 조율 방안을 마련할 경우, 독일의 ‘과도기 경매’와 ‘Step-in 권리’를 참고할 수 있다.
해외 해상풍력 사업의 최근 입찰 결과를 검토해 평가 기준을 정교화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가격 및 비가격 요소의 비중, 일괄 평가 또는 단계별 평가 등 해외의 입찰 기준을 참고해 국내 여건에 부합하는 방식을 수립해야 한다. 입찰 결과를 환류해 입찰 기준이 지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체계를 정립할 필요도 있다. 정부는 설비용량, 가동 시점, 전력 가격 등과 관련된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기준을 개선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해상풍력 입찰에서 가격평가의 목적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평가 기준을 보완해야 한다. 가격평가를 통해 최종적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와 해상풍력 사업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 가격평가 방법과 기준 등을 설계해야 한다. 비가격 평가 기준도 평가 항목을 수정 및 추가하고 세부 기준을 고도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해상풍력의 안정적인 확대를 위해 사업자의 재무 능력과 사업 능력을 평가하고, 해상풍력 공급사슬의 동반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현지화(국산화) 기준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덴마크 (지속가능성), 일본(신속성), 호주(잠재력)처럼 국내 상황에 맞는 평가 기준을 개발하여 적용할 수도 있다.
해상풍력 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 확보를 위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국내 해상풍력 사업은 높은 이자율로 인해 사업비용이 증가하고 있어 전력 거래가 보장되지 않는 사업은 사업자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해상 풍력 사업자가 안정적 수익구조를 구축할 수 있도록 판매보증, 구매자 알선(연결), 보험 상품 개발 등의 방안 도입을 검토해 볼 수 있다.
해상풍력의 안정적인 전력망(공용망) 연계를 위한 절차와 기준도 마련돼야 한다. 최근 전력망의 신설·보강 관련 민원이 증가하고 있는데, 향후 전력 계통에서 대용량 해상풍력의 전량·적기 수용이 어려울 수 있다.
해상풍력이 적기에 전력망을 통해 공급되어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수립하고 정비해야 한다. 해상풍력의 입지 지정이나 사업계획 승인 시 공용망 접속 가능성을 고려하고, 공용망의 보강이나 신설이 필요한 경우 인근 주민이 민관협의에 참여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또한 해상풍력 건설 지역과 시점이 전력망 확충 계획과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성재 한국전력 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