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37년 전 특수제품 기반 창업…연구개발 없이 비전 없어
지난해 매출 중 80% 수출…‘1억불 수출의 탑’ 수상
‘우보만리(牛步萬里)’
우직한 소처럼 천천히 걸어서 만 리를 간다란 말로 천천히 가더라도 끝까지 목표를 이룬다는 뜻이다.
이번 전기의 날 기념 정부포상식에서 금탑산업훈장을 수훈한 박동석 산일전기 대표<사진>는 우직한 소처럼 전력산업계에서 약 37년간 변압기, 리액터 제조회사를 운영하면서 안정적인 전력공급을 위해 끊임없이 제품을 개발하고 공급했다. 특히 수냉식변압기, 단권몰드변압기, 신재생용변압기 등 수많은 기술개발 및 품질향상으로 해외시장을 창출하고 수입대체에 기여하는 등 탁월한 능력을 발휘함으로써 기간산업인 전력분야에서 국가 경쟁력 강화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공로를 인정받았다.
박 대표가 이끌어 온 산일전기는 1987년 설립 이래 변압기, 리액터 등을 개발, 생산해 온 기업으로 이 분야의 제조 기술에 있어서 자타가 공인하는 선두 그룹이다. 박 대표는 회사 창업 당시 대중적인 제품보다는 리액터, 특수변압기 등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제조업의 본질은 결국 ‘기술력을 바탕으로 우수한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입니다. 이에 틈새시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품질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판단, 이 부분에 모든 역량을 집중했습니다.”
박 대표는 평소 신념과 함께 변화하는 시장의 수요와 고객에 대한 ‘맞춤형’ 제품 개발만이 국내외 시장 개척의 초석이라는 믿음으로 임직원들을 이끌어왔다. 맞춤형 제품 개발, 고객의 신뢰 및 만족도 극대화로 시장을 개척하도록 경영방침을 제시하고 회사를 운영했다. 아직도 박 대표의 집무실에는 경영이념인 ‘최고 수준의 경쟁력 확보’ ‘품질 안정 및 생산 혁신’ ‘보람과 비전 있는 회사’가 적힌 액자가 걸려있다.
실례로 일찍이 국내 교통수단도 녹색교통분야인 철도전철화 사업으로 전환될 것을 예상하고, 철도차량분야인 IGBT용 변압기, 리액터류 등을 선제적으로 개발해 납품했다. 특히 선진 철도전철화 사업에서 세계 최초로 단권몰드변압기 개발 및 공급을 통해 대용량 철도용 단권변압기의 개발과 안정성 확보에도 기여했다. 또한 환경규제 및 변압기 사고 시 화재의 위험으로부터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몰드변압기의 사용이 증가하는 추세에 맞춰 몰드변압기 기술개발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2012년 국내 최초로 몰드변압기 난연, 극한 및 내환경(C2,E2,F1) CESI Type Test 시험을 통과해 몰드변압기의 품질을 국제적으로 인증받았으며, 품질이 좋은 제품 개발에 노력해 내진형 몰드변압기와 고효율 몰드변압기는 조달청으로부터 우수제품 지정을, 몰드변압기와 전동기시동기(소프트스타터)는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의 품질인증(Q-Mark)을 받았다.
이와 함께 그동안 해외제품에만 적용됐던 조선해양 핵심기술인 선박 주추진 전원공급용 수냉식(AFWF) 몰드변압기를 대체하기 위해 7.4MVA AFWF 특수 몰드변압기를 국내 최초로 개발해 GE(General Electric)의 까다로운 인증을 통과하고 2012년부터 삼성중공업 등이 건조하는 LNG선박 등에 납품함으로써 선박용 전력기기 수입 대체에 기여했다.
“주력 상품이 특수 상품이다 보니 국내 시장의 수요가 매우 적은 편입니다. 또한 고객사의 기술요구 사항, 품질 조건 등이 매우 까다롭기도 합니다. 시장성을 확보하면서 품질을 높이고자 제품 개발 초기 단계부터 세계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지속적으로 신기술, 신제품 개발에 노력했습니다.”
매출의 약 5%를 연구개발 비용으로 재투자하고 있으며 기술인력이 전체인력 중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그 결과 산일전기는 최근 10년간 34건의 특허 출원(등록) 등 총 42건의 지식재산권을 보유하고 있다.
“R&D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해 왔고, 또 앞으로도 유지할 생각입니다. R&D가 없다는 것은 그 회사의 비전도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무엇보다 해외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바탕이 돼야 합니다. 과감한 투자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박 대표의 신념을 바탕으로 한 경영의 결과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정받았다. 지난해 매출 중 80%가 수출로 이어진 것이다.
“해외시장 진출도 한 번에 될 수 없습니다. 전력기기는 한 번 보고 결정할 수 있는 부분들이 아닙니다. 한 번 설치하면 수십 년을 써야 하기에 바이어가 한 번 보고 물건을 사겠다는 경우는 절대 없습니다. 영업이든, 기술개발이든 뭐든지 꾸준히 해야 합니다.”
박 대표의 이 같은 경영방침으로 인해 산일전기는 해외 고객들과 오랫동안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글로벌 일류 업체인 TMEIC에는 20년 이상, GE에는 15년 이상 꾸준히 납품하고 있다. 이런 실적을 바탕으로 2017년 미국 LA수전력청과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해 고품질의 변압기를 공급함으로써 한국산 배전변압기의 품질 신뢰성을 높였고, 미국의 대대적인 전력인프라 투자 추세에 맞춰 PG&E, SDG&E, Duke Energy, Southern Company, SCE 등 미국의 주요 전력회사에서 2022년부터 최근까지 약 1억 8,300만달러의 수주를 받아 공급 확대가 진행 중이다. 또한 안정적으로 변압기를 공급함으로써 국내 배전변압기 업체들의 미국 수출 기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글로벌 시장 환경에서 생존하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새로운 기술을 장기적으로 개발하고 상용화를 위해 필요한 자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하고 그 과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제 경영방침에 특별한 것은 없습니다. 단지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을 뿐입니다. 수출 실적의 경우도 묵묵히 고객 만족을 위해 한 걸음 한 걸음 걷다 보니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습니다.”
산일전기는 2008년 ‘5백만불 수출의 탑’을 시작으로 2014년 ‘3천만불 수출의 탑’, 지난해 무역의 날에 ‘1억불 수출의 탑’ 등을 수상했다.
박 대표는 앞으로도 묵묵히 자신이 가야 할 길만 갈 것을 다짐하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번 수훈에 도움을 주신 전력산업계 선후배, 고객사, 특히 우리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이번 수훈은 제 개인이 아니라 우리 회사가 인정받았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싶습니다. 유난 떨지 않고 과거에 해왔던 것처럼 기술, 품질, 가격 등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확보한 강한 회사, 직원, 고객 등 모두에게 좋은 회사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기본에 충실하고, 정도경영을 강조해 전력업계 성장에 일조하겠습니다.”
이훈 기자 [email protected]